디딤돌 대출한도 기습 축소 번복엔
“정책은 즉흥적이 아니라 신중해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
[헤럴드경제=박상현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3일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지난 면담에 대해 “여러 가지 면에서 아쉽고 매우 안타깝다”고 평가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치를 복원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최근에 국민들 보시기에 정치가 참 답답할 텐데 심지어 정치가 뒷골목 거시기들의 패싸움 같다는 얘기까지 나온다”며 “존재를 인정하고 협의하고 조정해서 이견을 하나의 의견으로 만들어 가는 과정이 정치 아닌가”라고 했다.
이어 “상대를 제거하고 존재를 무시하면 정치가 아니라 싸움이 된다”며 “정치를 복원할 수 있는 길을 찾아보겠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또 밀턴 프리드먼이 언급한 ‘샤워실의 바보’를 들어 정부의 디딤돌 대출 정책을 비판했다.
이 대표는 “정부 정책이 냉탕, 온탕을 왔다 갔다 하는 그야말로 샤워실의 바보 같다”며 “물을 틀었는데 뜨거우면 적당하게 중간쯤에 미지근하게 따뜻한 물 만드는 게 아니라, 완전히 반대로 가 가지고 ‘차갑다 아 차가워’, 이러다가 다시 또 따뜻한 데로 극단적으로 옮겨서 ‘앗 뜨거워’ 그러다 결국 샤워 못한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에 디딤돌 대출 관련해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국민들에게 주택을 마련하는 디딤돌을 마련해주겠다는 게 지금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예고도 없이 기습적으로 대출한도를 축소했다가 또 며칠 만에 번복했다”며 “물론 엉터리 정책에 대해서 신속하게 원상복구한 건 칭찬할 만합니다만 평생 집 한 채 마련해 보겠다고 나름 온갖 계획 세워서 정부 대출 믿고 집 살 준비를 했다가 갑자기 대출 중단해버리면 그 사람들 어떻게 하나”라고 했다.
또 “그런 사람들의 입장을 조금이라도 생각하면 충분히 예측할 수 있도록 미리 알리고 합리적 대안도 만들고, 또 이미 국가정책을 믿고 행동한 사람들에겐 손실이 발생하지 않도록 기회를 줘야 한다. 그게 정책 아니겠나”라며 “정책은 좀 신중하게 해야 된다는 말씀을 드린다. 즉흥적으로 과격하게 마음대로 현장을 모르고 이런 정책들 오락가락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서유기에 보면 파초선이란 게 있다. 엄청난 위력을 가진 부채”라며 “그 부채를 쓰는 요괴는 그냥 가볍게 부채질을 하지만 이게 온 세상에 태풍을 몰고 온다. 권력이란 그런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권력은 자기의 의사를 타인에게 강제하는 힘을 말한다. 온 국민에게 그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권력을 행사하면서는 정말로 신중하고 섬세해야 한다”며 “현장을 모르면서 뭐 이런 결정, 뭐 필요하면 하지, 즉흥적으로 과격하게 하면 현장에서는 그야말로 태풍이 분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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