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군대. [AP] |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 병력 일부가 이르면 2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에 점령 당한 러시아 쿠르스크 전선에 처음으로 배치될 것이라는 우크라이나 정보당국의 주장이 나왔다.
우크라이나 국방부 산하 정보총국(GUR)의 키릴로 부다노우 국장은 22일 미국 군사전문매체 워존(TWZ)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내일 쿠르스크 방면에 (북한군) 첫 부대가 오길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북동부 수미주와 맞닿아 있는 쿠르스크주는 지난 8월 기습적으로 국경을 넘어 진격해 온 우크라이나군에 의해 수백㎢ 이상이 점령된 상태다.
그런 상황에서 북한군이 이곳에 배치된다면 우크라이나군의 진격을 막아내는 작전에 투입될 가능성이 있다고 부다노우 국장은 관측했다.
부다노우 국장은 현 시점에선 북한군 병력이 얼마나 될지, 어떤 장비를 갖추고 있을지가 불분명하지만 “하루 이틀 뒤면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같은 언급은 북한군 파병설이 확산하는 가운데 나온 것으로, 부다노우 국장은 구체적 정황이나 배경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앞서 키이우인디펜던트, RBC우크라이나 등 우크라이나 매체들은 자국 군·보안 소식통을 인용해 쿠르스크주 호무토프스키 지역에 배치됐던 북한군 교관 약 40명이 쿠르스크주 르고프스키 지역으로 재배치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 매체들은 이들이 호무토프스키에서 러시아 장병 50여 명에게 군사용 풍선 사용법을 가르치고, 현대식 보병 전술을 배웠으며 이후 식량 배급 없이 숲속에 방치되자 일부가 근무지를 이탈해 체포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RBC우크라이나는 소식통을 인용, 러시아 당국에 검거됐다는 북한군 교관들이 우크라이나군을 겨냥한 공격 작전에 투입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 가운데 러시아 매체 아스트라는 22일 텔레그램으로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 병사들의 모습이라는 동영상을 공개했다.
아스트라는 “제작자들이 북한군 병사들의 군기지 도착 모습이라고 주장하는 이 영상의 촬영 위치를 확인한 결과 (극동) 프리모르스키 크라이의 세르게예프카 마을에 있는 제127 차량화소총사단(44980부대)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북한군으로 추정되는 영상 속의 인물들은 3∼4명씩 모여 대화를 나누거나 담배를 피웠고 한편에선 “힘들다야”, “늦었어”라는 북한 억양의 목소리도 들렸다고 아스트라는 전했다.
워존은 “이 모든 일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북한과 지난 6월 체결한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조약의 비준안을 국가두마(하원)에 제출한 가운데 나온 것”이라면서 “이 조약은 쌍방 중 한쪽이 전쟁 상태에 처하면 다른 한쪽이 군사 원조를 제공하도록 했다”고 지적했다.
서방 정보기관들은 러시아의 침공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2022년 2월 이후 현재까지 약 60만명의 러시아군이 죽거나 다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워존은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설이 사실일 가능성이 커지면서 리투아니아 등 일부 국가에서 서방 진영도 우크라이나에 병력을 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지만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미군을 직접 투입하지 않는다는 정책을 변경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 매체는 한국의 경우 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되는 북한군 전력을 탐색하기 위해 현지에 모니터링단을 파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면서 “전선에 정보병을 둬 러시아의 역량을 파악하는 건 한국에 중요한 자산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워존은 또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격 무기 지원도 검토 중이라면서 “세계에서 제일가는 무기 제조국 중 하나이자 대량의 탄약을 보유한 한국이 이번 전쟁에 직접 개입한다면 우크라이나의 방어전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pink@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