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에 韓 끌어들일 수…美·나토, 살상무기 지원 압박 가능성”
1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군 전략소통·정보보안센터(SPRAVDI)가 북한군으로 추정되는 군인들이 줄을 서서 러시아 보급품을 받고 있다고 공개한 영상. 연합뉴스 |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북한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을 돕기 위해 대규모 파병을 결정했고, 이미 일부가 러시아로 이동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전 세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북한의 대규모 파병이 처음인 데다, 한국과 미국 등을 끌어들이며 지정학적 위험을 고조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우크라 전쟁을 위해 1년 넘게 북한에 포탄과 탄도미사일 공급을 의존해 왔다. 이제 북한은 무기 공급에 그치지 않고 군대까지 파병해 러시아 지원을 확대하려는 것이다.
한국 국가정보원은 지난 18일 “북한이 지난 8일부터 13일까지 러시아 해군 수송함을 통해 북한 특수부대를 러시아 지역으로 수송하는 것을 포착했다”면서 “북한군의 참전 개시를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국정원은 “북한이 최정예 특수부대 소속 4개 여단 총 1만2000명 규모의 병력을 우크라 전쟁에 파병하기로 최근 결정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미 1500명이 러시아로 이동했다고 밝혔다.
한국의 추정에 따르면 북한에는 128만 명의 현역 군인이 있다. 영국 싱크탱크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는 지난해 ‘세계 군사력 균형 평가 보고서’에서 “북한군 대부분이 소련 시절의 노후화된 무기를 이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군은 70여 년 전 한국전쟁 이후 실전 경험이 사실상 없다고 볼 수 있다. 해외 파병도 1970년대 말~1980년대 초 앙골라 내전에 약 3000명의 군인을 파견하는 소규모 파병 외에 대규모 파병은 없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크라에 군대를 배치하면 “북한은 적국인 한국이 배치한 것과 유사한 무기를 사용하는 부대에 대해 군사 전략과 무기를 테스트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2일(현지시간) 분석했다.
찰스 플린 미 태평양육군사령관은 우크라전이 북한군에게 학습 기회를 제공할 것을 우려했다. 그는 지난 15일 신미국안보센터(CNAS) 대담에서 “어떤 학습이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플린 사령관은 앞서 4월 러시아의 북한 미사일 사용이 북한이 전투에서 무기를 시험하고 성능을 향상시킬 수 있는 드문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북한과 러시아는 국제사회에서 고립이 심화하면서 서로 도움을 요청하며 밀착 관계를 형성했다. 북한은 러시아 무기에 도움이 될 방대한 군수품을 보유하고 있으며, 러시아는 북한에 절실히 필요한 식량, 에너지, 원자재를 갖고 있다.
양국은 지난 6월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을 체결했다. 이번 파병도 해당 조약에 담긴 군사 개입 조항에 근거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과 한국에 따르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이미 러시아에 보낸 무기의 대가로 경제를 지탱하고 무기 프로그램을 발전시키는 지원을 받았다. “이번 파병에 대한 보상으로 김 위원장은 더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다만 우크라전 파병은 김 위원장에게 ‘양날의 검’이 될 수도 있다. 그동안 북한 지도자 중 해외 전쟁에서 북한군의 대규모 사상자를 낸 경우는 없다. 북한의 지도 정책 중 하나는 군대를 최우선으로 하는 것이며 군은 사회의 거의 모든 곳에 스며들어 있다. 우크라에서 사망하거나 부상 당한 북한 국민의 수가 증가한다면 김 위원장은 자신의 권력을 뒷받침하는 군부로부터 이례적으로 조사를 받을 수 있다. 또한 군대와 개인적 관계를 맺는 것이 일반적인 국민들 사이에서 불만을 불러일으킬 위험이 있다.
우크라에 북한 군대를 파견하면 한국을 전쟁에 끌어들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경우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들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전쟁 중인 국가에 살상용 무기 지원을 금지하는 한국 정부의 원칙을 수정하도록 압력을 가할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한국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공격을 막는 데 도움이 되도록 나토가 원하는 무기와 군수품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향후 단계별 상황 전개에 따라 우크라이나에 ‘공격용 무기’까지도 지원할 수 있다고 22일 밝혔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앞으로 단계별 시나리오를 보면서 방어용 무기 지원도 고려할 수 있고, 그 한도가 지나치다 싶으면 마지막에 공격용(무기)까지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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