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은 내수진작, 한은은 환율 방점 찍어
“수출 둔화? 총수출액은 오히려 늘었다”
용산 대통령실. [연합] |
[헤럴드경제=서정은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오는 11월 기준금리 결정의 ‘새로운’ 고려요인으로 환율을 지목한 가운데 대통령실은 “(원래) 금리를 결정때 환율도 ‘항상’ 본다”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 부담을 근거로 추가적인 금리 인하가 어려울 수 있음을 시사한 이 총재의 발언과 미묘한 온도차가 있다. 대통령실은 금리 결정에 대해 말을 아끼면서도 내수 진작이 절실하다는 점에서 인하 기대를 내비치고 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28일 이 총재의 ‘환율 고려요인’ 발언과 관련해 “원/달러 환율이 높게 형성돼있어 충분히 걱정할 수 있지만, 시간을 두면서 봐야할 일”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총재가 환율을 새 고려요인이라고 한 것과 달리 대통령실은 환율을 고정적인 고민 요소로 찍었다.
이 총재는 지난 25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D.C.에서 동행기자단과 만나 “지난 번까지는 고려 요인이 아니었던 환율이 다시 고려 요인으로 들어왔다”고 밝혔다. 원/달러 환율이 급등한 상황에서 추가적인 금리인하가 환율 상방 압력을 더 키울 수 있다는 우려를 드러낸 셈이다.
이 총재는 그러면서 “수출 성장률 둔화가 내년도 경제성장률에 미칠 영향, 현재 진행 중인 거시건전성 정책이 금융안정에 미치는 효과, 미국 대선 후 달러 강세의 지속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데이터를 보고 결정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이 총재의 발언으로 시장에서는 내달 금리인하 가능성을 일축한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 총재는 기준금리 인하 시기를 놓쳤다는 ‘실기론’에 “환자를 일부러 많이 아프게 하고 약을 쓴 다음 명의라고 하냐”고도 작심발언을 이어갔다.
대통령실은 기준금리 결정에 대해서는 금융통회위원회의 몫인만큼 추가적인 언급을 삼가고 있다. 11월 금통위까지 시간이 남은만큼 섣불리 기대감을 내비쳐선 안된다는 판단도 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금통위원들이 합리적으로 (금리 방향을) 결정할 일”이라면서도 “서로 입장이 다르지 않냐. (추가 금리인하 여건이 됐는지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내수 진작 측면에서 금리 인하가 함께 뒷받침돼야한다는 데는 공감대를 나누는 중이다. 정부 정책만으로는 자영업자의 이자 부담 경감 등 서민들이 민생회복을 체감하기에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대통령실의 이런 바람은 그간의 발언에서도 드러난다. 지난 8월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하자 대통령실은 “금리 결정은 금통위의 고유 권한이지만, 내수 진작 측면에서 보면 아쉬움이 있다”고 이례적으로 입장을 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또한 내수 침체의 원인으로 ‘고금리’를 지목하며 금리 인하의 필요성을 밝혀온 터였다.
대통령실은 지난 11일에도 한은의 금리인하 결정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혔었다. 당시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물가 안정, 부동산 경기 안정, 가계부채 감소 등을 근거로 인하 여건이 조성됐다고 진단했다.
한편 3분기 수출 둔화, 성장률 정체와 관련해서는 “소비, 투자 측면에서는 괜찮았고 수출의 경우에도 총수출액은 늘지 않았냐”며 일시적인 요인 가능성을 전했다. 올해 3분기(7~9월) 성장률(속보치)은 0.1%에 그쳤다. 수출은 줄고, 수입은 늘면서 순수출이 경제성장률을 1%포인트 가깝게 끌어내린 영향이다.
금리를 놓고 대통령실과 한국은행 간 입장차가 드러나면서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이 총재, 김병환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등이 모인 F4(거시경제금융수장모임)에서도 이같은 인식차가 공유될 지 관심이 모아진다. 금리를 둘러싼 대통령실 및 정부, 금통위 간 엇박자를 해소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목소리도 높아진다.
한편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8월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금리는 정부의 고유 권한”이라며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과 협의해 한은법을 개정할 때 금리 운용의 효율성을 위해 금통위에 권한을 위임했지만 한은법 92조2항에 ‘최종적으로 대통령이 결정한다’고 규정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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