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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악관현악과 만난 게임…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예술 경험”
오는 29~30일, ‘음악 오디세이:천하제일상’
국악관현악과 만나 20년 스테디셀러 게임
‘천하제일상 : 거상’ [국립국악관현악단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누적 회원수 694만 명, 일평균 접속자 수 6만 3000명….

배경은 16세기 조선 일본 중국 대만 인도. 동아시아 다섯 나라를 중심으로 무역과 투자로 부를 축적해 세계 최고의 ‘거상’이 되는 게임 ‘천하제일상 : 거상’이 국악관현악과 만났다. 국악과 양악을 전공한 젊은 작곡가들이 각 지역의 새로운 주제곡을 만들어 장수 온라인 게임에 새로운 세계를 입힌다.

최근 국립극장에서 기자들과 만난 작곡가 성찬경은 “‘천하제일상 : 거상’은 초등학교 시절 즐겨하던 추억의 게임이었다”며 “‘거상’의 추억과 국립국악관현악단의 정신이 한데 어우러진 ‘소울 뮤직’을 들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국립국악관현악단은 오는 29~30일 관현악시리즈 ‘음악 오디세이:천하제일상’을 통해 국악관현악 버전의 게임 음악을 선보인다. 이번 연주회는 일종의 ‘작곡 대전’이다. 다섯 명의 작곡가들은 각자 배정받은 게임 속 5개 필드(조선, 일본, 대만, 중국, 인도)의 새로운 테마곡을 작곡, 공연 당일 관객의 현장 투표를 통해 승부를 가른다.

성찬경 작곡가 [국립국악관현악단 제공]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해온 다섯 명의 작곡가들이 이번 공연에 참여했다. 중국 필드를 맡은 성찬경은 ‘사랑에 빠진 차우차우’라는 곡을, 강한뫼는 조선 필드를 통해 ‘안녕(安寧)’을, 장태평은 일본 필드를 배경으로 ‘파랑 파랑’을, 정혁은 대만 필드의 ‘절벽의 섬’, 홍민웅은 인도 필드의 ‘신화의 숨결’을 선보인다.

작곡가들에게도 ‘천하제일상:거상’의 음악을 만드는 것은 특별한 경험이었다. 기존 유저도 있는 반면 ‘거상’에 발을 들여놓지 않은 채로 음악을 완성한 작곡가도 있었다.

일본 필드를 맡은 장태평 작곡가는 “올해로 서른아홉인데 게임을 할 체력이 안돼 로그인만 한 시간을 시도하다 결국 못해봤다”며 “대신 유튜브를 비롯한 여러 콘텐츠를 통해 플레이 영상을 찾아보며 (게임) 공부를 했다”고 말했다.

장태평 작곡가가 맡은 ‘일본 필드’의 제목은 ‘파랑파랑’이다. 그는 일본 필드가 ‘거상’ 게임 중 가장 밝은 부분이라고 했다. 곡명인 ‘파랑’은 평화를 염원하는 소망을 담아 지은 제목이다. 일본 필드의 주 캐릭터인 사무라니와 무녀가 숲의 싱그러운 파랑을 지키기 위해 대항한다는 의미다. 그는 “기존 음악에서도 굉장히 예쁜 느낌이 난다. 고토나 샤미센 같은 일본 전통악기와 일본 음계를 사용한 음악을 한국적 느낌을 살리는 데에 방향성을 뒀다”며 “그러면서도 종지부엔 아름다운 일본 음악을 살려 희망을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장 작곡가는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의 부지휘자를 역임, 작곡과 지휘의 경계를 넘나들며 활동하고 있다.

[국립국악관현악단 제공]

뮤지컬 작곡가로도 활동, 중국을 주제로 음악을 만든 성찬경은 중국 토종견 차우차우가 조선의 진돗개를 보고 사랑에 빠졌다는 상상을 음악으로 구현했다. 그는 “일종의 세레나데 형식으로 낭만적이고 사랑스러우면서도 유쾌하고 유머러스한 음악”이라며 “중국 필드의 음악을 모티브로 하면서도 진돗개의 테마로 진도아리랑과 같은 남도민요가 들어가있다”고 말했다.

SM클래식스에 소속돼 활동 중인 강한뫼 작곡가는 ‘조선 필드’를 맡았다. 그는 “20여년 역사의 한국적 토종 게임이라는 점, 음악에 국악기를 활용한 점에 흥미를 느껴 참여했다”며 “‘안녕’은 아무 탈 없이 편안한 상태를 의미하는데, 세종대왕이 작곡하신 여민락을 하이라이트로 인용했다”고 귀띔했다.

작곡가 정혁은 국립국악관현악단과는 첫 협업으로 새로운 도전을 한다. 대만 대자연의 절경을 담은 ‘절벽의섬’을 통해 대자연의 위엄을 담아낸 그는 “미지의 공간에 발을 디딘 인물의 서사시를 담은 음악으로 낯설고 두려운 감정이 거대하고 숭고해지는 과정을 담아봤다”며 “독주악기를 중심으로 오묘한 관현악적 텍스처로 확장되는 형태”라고 말했다. 인도 필드의 홍민웅 작곡가는 힌두 신화를 주제로 신성한 존재들이 세상의 균형과 질서를 지켜온 과정을 ‘신화의 숨결’을 작곡했다.

국립국악관현악악단과 ‘천하제일상:거상’의 협업은 게임 제작사인 에이케이인터렉티브의 러브코로 진행됐다. 정세훈 에이케이인터렉티브 이사는 “16세기 조선을 배경으로 하는 게임인 만큼 10년 전부터 국악과 협업을 해서 게임의 특징을 살리고자 했다”고 말했다.

5명의 작곡가들이 선보이는 경연곡 외에도 ‘거상’의 메인 로그인 BGM도 국안관현악곡으로 다시 태어났다. 손다혜 작곡가가 작, 편곡을 맡은 ‘새로운 세계’다. 음악은 6분 짜리 대곡으로 만들어졌으나, 이는 게임용 2분 짜리로 편곡해 실제 ‘천하제일상:거상’의 로그인 음악으로 쓰이게 된다. 정세훈 이사는 “단순한 배경음악을 넘어 전통과 현대가 만나는 새로운 예술경험을 선보이고자 한다”고 말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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