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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청·춘향·흥부가 한 무대에…‘마당놀이 대가’들 모두 모인 “꾼들의 잔치”
오는 29일부터 국립극장 ‘마당놀이 모듬전’
‘마당놀이 전설’ 윤문식·김성녀·김종엽 한 자리에
2017년 공연한 마당놀이 [국립극장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마당놀이는 ‘지금 여기’에서 ‘인간다운 삶’을 고민하는 우리의 이야기를 담은 가장 한국적인 연극이에요.” (손진책 연출가)

생생한 우리 고전을 풍자와 해학으로 풀어낸 ‘한국식 야외 연극’의 시초인 마당놀이가 10년 만에 돌아온다. 국립극장 ‘마당놀이 모듬전’(11.29~2025.1.30)을 통해서다.

공연의 연출을 맡은 손진책 연출가는 지난 5일 오후 서울 국립극장에서 열린 ‘마당놀이 모듬전’ 간담회에서 “한국 연극사에서 10년 주기로 모든 장르가 사라졌지만, 마당놀이는 40여 년간 역사를 이어오고 있다”며 “우리의 토종 연극인 ‘마당놀이’의 부활을 위한 책임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손 연출가는 1981년 극단 미추와 함께 MBC를 통해 ‘허생전’을 올리며 ‘마당놀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연출자다. ‘마당놀이’는 관객이 무대의 일부가 되고, 숨은 배우 역할을 했던 이머시브(참여형) 공연이었다. 당시 공연은 30년 간 3000회 이상 이어왔다. 국립극장의 ‘마당놀이’는 이 무대를 계승, 2014년 ‘심청이 온다’를 시작으로 2020년까지 계속됐다.

마당놀이 모듬전 간담회에 참석한 김종엽, 윤문식, 손진책 연출가, 박범훈 작곡가, 국수호 안무가(왼쪽부터) [국립극장 제공]

10주년을 맞아 선보일 이번 무대는 ‘원조’들이 모두 뭉쳤다. ‘마당놀이’ 창작진 3인방인 손진책 연출가를 비롯해 안무가 국수호, 작곡가 박범훈과 극작가 배삼식이 함께 한다. ‘마당놀이 인간문화재’로 불리는 배우 3인방 윤문식(심봉사), 김성녀(뺑덕), 김종엽(놀보)도 이름을 올렸다. 10년 전 무대에선 볼 수 없던 얼굴들이다. 윤문식은 때문에 이 무대를 “꾼들의 잔치”라고 했다.

그는 “가장 한국적으로 잘 만들어진 놀이문화가 마당놀이”라며 “마당놀이가 우리에게 어떤 문화였다는 것을 알리고 후배들이 계승할 수 있게 하려고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공연에선 신구 세대가 어우러진다는 점도 의미가 있다. 국립창극단의 간판 스타 민은경·이소연·김준수·유태평양·조유아도 함께 출동한다. 마당놀이를 과거의 유물이 아닌 생생히 살아 움직여 지속하는 무대로 이어가겠다는 의지다.

전통적 마당놀이는 사면이 뻥 뚫린 야외에서 열리나 ‘마당놀이 모듬전’은 극장 안으로 들어왔다. 대신 국립극장 하늘극장의 뒷면까지 객석으로 바꿔 실제마당에서 보는 것 같은 원형 무대를 구현한다. 우리 음악과 춤을 이끌어온 두 거장인 작곡가 박범훈과 안무가 국수호는 “40년 간 마당놀이를 해왔지만, 마당놀이 창작 음악과 춤을 만드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박범훈은 “기악, 소리, 연기의 모든 것을 알아야 하는 마당놀이는 매장면 춤과 연기가 없어도 소리만 듣고도 상상하고 느낄 수 있는 곡을 써야 한다”며 “음악과 음악이 따로 만들어져선 안되고 스토리가 소리가 돼야 하기에 다양한 음악 경험이 필요한 장르”라고 했다. 국수호도 “4면이 탁 트인 마당놀이는 사방에서 보되 한 면만 보고 있는 관객들을 감안해 안무를 해야 한다”며 “가무악희가 담긴 마당놀이를 통해 제 춤이 성숙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마당놀이 모듬전 연습 현장 [국립극장 제공]

오랜만에 한 무대에 서게 될 ‘전설들’에게도 ‘마당놀이 모듬전’은 각별하게 다가온다. 윤문식은 “어쩌면 마지막일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물론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다”는 귀띔. 김종엽은 “김성녀, 윤문식과 뭉치고, 후배들의 열정적 모습을 보니 젊은 시절로 돌아간 것 같다”며 벅찬 마음을 들려줬다 .

“수년 전 마당놀이를 하는데 손녀뻘 되는 중학생 아이가 앉아있어 ‘아이고 너 참 예쁘게 생겼다’고 말한 적이 있어요. 그 친구가 지금 우리 극단에서 활동하고 있어요. 그 친구들이 이 일을 해나가는 걸 보면 지금까지 해온 이 일이 그렇게 나쁜 직업은 아니었구나 싶은 자부심을 갖게 됩니다.”

‘마당놀이 모듬전’의 관전 포인트는 한국인이라면 익히 알고 있는 ‘심청전’, ‘춘향전’, ‘흥보전’의 주인공들이 한데 어우러진다는 점이다. 사랑을 속삭이는 춘향과 몽룡 사이에 난데없이 심봉사가 끼어들고, 공양미 삼백석에 딸 청이를 잃은 심봉사 앞에 놀보가 나타난다. 서로의 이야기를 넘나들며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스토리텔링은 이번 ‘마당놀이 모듬전’의 백미다.

손진책 연출가는 “마당놀이는 고전을 그 시대에 맞게 재조명하고 다시 읽게 하는 힘을 갖고 있다. 고전 스토리텔링의 골계미, 미래를 향한 개방성, 전통의 완벽한 계승, 현대를 담아내는 신박함은 마당놀이가 긴 시간 이어올 수 있던 동력”이라며 “어떤 사전 지식이나 교양도 필요 없다. 그저 마음을 열고 오라”며 기대를 당부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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