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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칼럼] 집값 3년의 기억

벌써 3년이 흘렀다. 지나간 시간을 돌아본다. 거창하게는 인간의 3대 욕구 의·식·주 가운데 주거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분석하는, 보다 좁게는 집값의 세밀한 등락을 살피는 건설부동산 데스크의 기억을 되짚어본다.

그사이 정권이 바뀌었고, 집값도 급등과 급락을 거듭했다. 고금리 쇼크, 공사원가 급등, 공급 부족, 전세 사기 등 다양한 이슈가 있었다. 이를 위한 부동산 대책이 여러 차례 발표됐고, 집값을 좌우하는 교통망의 개선 또한 꾸준히 이뤄져왔다. 이런 시간을 거치며 시장은 과연 어느 지점으로 수렴했을까. 그리고 이를 보도하던 우리의 모습은 어떠했을까.

일단은 이 한 단어로 시장의 수렴점을 정의해본다. 다름 아닌 ‘양극화’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서울 쏠림’이라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2021년부터 식어가던 주택시장은 2022년 급락을 경험한다. 실거래가가 두자릿수까지 떨어질 만큼 폭이 가팔랐다. 그러던 것이 지난해 하락폭을 줄이더니 올해는 서울을 중심으로 크게 상승했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가 있다. 서울만 올랐다는 점이다. 지방은 여전히 미분양이 즐비하고, 가격 또한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이라고 모조리 다 오른 게 아니다. 핵심지들, 그리고 이 가운데서 새 아파트만 올랐다. 오죽하면 얼죽신(얼어죽어도 신축)이라는 신조어가 유행했을까. 양극화는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KB국민은행의 월간 주택시장동향 시계열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상위 20% 아파트 가격은 평균 12억6829만원이었고, 하위 20% 아파트 가격은 평균 1억1683만원이었다. 10년 전인 2014년도 10월 1분위 아파트 가격은 1억718만원으로 현재와 별반 차이가 없지만 당시 5분위 가격은 4억8622만원으로 현재의 약 3분의 1 수준이다. 이 통계 작성 이래 양극화 정도는 지난달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한다.

누구나 살고싶어 하는 프리미엄 재화에만 돈이 몰리는 게 현 시장의 정확한 현실이지 진단이다. 비싼 집만 오르는 시장, 그래서 집값 진단도 너무나도 심플해졌다. 강남, 용산, 성수 등 핵심지만 추천하는 컨설팅이 즐비하다. 곧 내년 부동산 시장에 대한 전망 기사들이 쏟아질텐데, 결국에는 지금의 이 양극화가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란 이야기가 주를 이루지 않을까 싶다.

시장의 현실이 이러하니, 부동산 뉴스도 심플해졌다. 핵심지, 고가 아파트에 대한 보도가 대세를 이룬다. 시세차익이 수억이라는 로또 줍줍에 대한 보도 등이 독자들의 눈을 사로잡는다. ‘라떼 시절’에도 버블세븐이란 단어가 있었지만, 집값 격차가 이 정도는 아니었다. 수십억에 팔리는 고가 주택의 거래 기사는 말 그대로 그사세(그들만이 사는 세상)다. 실감이 나지 않는다. 그러는 사이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강북이나, 경기권역, 빌라나 오피스텔, 그리고 임대주택 등 서민 주거지 뉴스는 관심사에서 멀어졌다. 비중 또한 확연히 줄었다.

그들만의 리그로 변해가는 주택시장. 상위 1%의 집값 뉴스만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게 씁쓸하다.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일반 서민들의 주거를 다루는 보도를 다양하게 다루지 못한 아쉬움이 크게 남는다. 이 기회에 다시금 균형점을 되새겨본다.

정순식 건설부동산 부장

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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