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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지털 격차 ‘노년 소외’ 부추긴다
사회 전반 빠른 디지털·모바일화
노년층 일상생활 불편 넘어 위기
노인간 디지털화 정도 차이도 커
맞춤형 교육과정·제도 마련 시급
한 노인이 키오스크 이용에 어려움을 겪다 주변 사람의 도움을 받아 커피를 주문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내년 고령인구가 1050만명을 넘어서며 국내 전체 인구의 20%를 초과해 공식적으로 초고령사회가 된다. 이에 따라 현행 65세인 법정(노인복지법) 노인의 연령을 75세로 높이려는 논의가 시작된 가운데 사회 전반의 디지털 전환에 따른 세대 간 ‘디지털 격차’가 심화되고 있다. 인터넷 전환으로 시작된 정보화 격차는 디지털 환경이 모바일, 메타버스(MR), 인공지능(AI)으로 전환되면서 더욱 확대되는 양상이다. 일례로 모바일기기에 익숙하지 못한 노년층은 쇼핑은 물론 은행·병원·관공서 이용, 정보 습득 등 일상 전 분야에서 불편을 겪고 있다. 이들은 여전히 익숙한 아날로그 방식으로 생활하고 있어 시간, 비용, 기회 등 모든 면에서 손실과 차별을 겪는다. 노인 빈곤에 이은 또 다른 사회문제가 디지털 격차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상과 문제를 3회에 걸쳐 짚어보고 대안을 찾아본다. [편집자 주]

사회 전반에 빠른 디지털화로 노인은 생활이 힘들 정도가 됐다. 같은 나이라고 해도 노인별로 디지털화 정도에는 그 차이가 크다. 모바일뱅킹, 병원 예약,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스마트폰을 능숙히 활용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여전히 피처폰 이용 수준에서 머물러 있는 이들도 있다.

심지어 발권 키오스크나 은행 ATM 이용을 어려워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는 학습 능력, 주관적 태도, 사회적 활동, 신체상태 등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기준 국내 스마트폰 보급률은 97%로, 세계 1위다. 70세 이상의 경우 10명 중 8명이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으로 조사된다.

하지만 70대 이상 연령의 디지털 정보화 수준은 46.6%에 불과하다(2021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조사). 60대(77.1%)는 물론 50대(97.0%)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서울시의 지난해 조사에 따르면 ▷노년층의 SNS 메신저(91.8%) ▷유튜브 등 동영상(83.1%) 이용경험률은 높은 편이다. 이용이 비교적 쉬운 덕분이다.

하지만 ▷교통·서비스 예약(14.5%) ▷민원·세금 처리(12.3%) ▷상품 구매(25.6%) 등 실생활 밀착 분야로 들어가면 이용 경험이 뚝 떨어진다.

교통·의료·금융 서비스 등 일상의 필수 서비스가 디지털·모바일 환경으로 전환되고 있어 노년층의 불편과 소외가 심화되고 있다.

키오스크도 행정서비스, 교통수단, 병원, 식당 등 민간·공공 분야를 가리지 않고 보급되고 있어 노년층의 불편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2019년 전국 키오스크 운영 대수는 약 19만대였으나 코로나190 사태가 진행 중인 2022년엔 45만여 대로 2배가 넘게 증가했다.

서울시 조사에서 55세 미만의 키오스크 이용률은 90%, 55세를 넘어서면 이의 절반에 불과하다. 키오스크 이용 경험이 없는 이유에 대해 고령층은 ▷사용방법을 모르거나 어려워서(70.6%)를 가장 주된 원인으로 꼽았다. ▷뒷사람 눈치가 보여서(34.1%)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데 거부감(29.7%) 등이 뒤를 이었다.

실제 얼마 전 추석에서도 스마트폰으로 예매를 못한 노인들이 현장 매표소 앞에서 기차표를 구하기 위해 긴 줄을 섰음에도 발을 동동 구르는 상황이 펼쳐졌다. 프로야구 한국시리즈가 열렸던 이달 초에는 야구장 앞에서 표를 구하지 못한 채 서성이던 70대 야구 팬도 있었다.

디지털기기 활용이 일상화되면서 노인에게는 불편을 넘어 위기가 되고 있다. AI 시대가 도래하며 삶의 편의성은 높아지고 있지만 노년층은 단순한 키오스크 사용조차 어려워 하는 실정이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 이런 사회 변화가 가속화 될 것이라는 점이다.

정부기관과 일부 기업이 나서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려 노력하고 있지만 이들만의 노력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이를 ‘노인 인권’ 차원에서 바라보고, 노년층의 디지털 교육을 위한 젊은 세대의 관심과 관련된 법제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국가인권위원회 관계자는 “일상생활이 모바일화나 비대면화가 늘어남에 따라 디지털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노년층의 불편이 심화되고 있다. 이로 인해 고립감과 소외감이 더욱 커질 수 있다”며 “노년층의 선호도와 수요를 반영해 교육과정을 마련하고, 그런 절차를 제도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강요식 서울디지털재단 이사장은 “서울노인복지센터를 교육거점으로 활용해 많은 어르신들에게 교육을 제공한다. 노년층 뿐만 아니라 장애인 같은 다양한 디지털 소외계층의 접근성을 높이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조문술 선임기자

freihei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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