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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앞에선 양국관계 개선…뒤에선 韓 자극하는 日
야스쿠니 참배 · 잇단 망언 아소 부총리
한 · 일협력위원회 일본측 회장에 취임
아베총리 “통석의 마음” 메시지 무색

朴대통령 “신뢰없인 화해없다”강경


야스쿠니(靖國) 신사에 참배, 한ㆍ일 과거사와 관련한 문제 발언으로 도마위에 올랐던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이 한ㆍ일 국회의원과 재계 인사 등의 협의체인 한ㆍ일협력위원회 일본 측 회장을 맡게 됐다. 한ㆍ일관계를 악화시킨 장본인이 한ㆍ일관계 개선의 선봉을 맡은 셈이어서 논란이 불가피해졌다.

아소 부총리는 14일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 현 회장이 물러나기로 함에 따라 후임자로 지명됐다. 한ㆍ일협력위 회장은 자체 회의를 통해 선출한다. 위원회에 참가한 일본 측 인사 다수가 아소 부총리를 뽑았다는 뜻이다. 아소 부총리는 지명 소감으로 “최근 한ㆍ일관계는 극히 이례적이라고도 할 정도로 긴장감이 있다”며 “양국의 문제를 하나하나 신중하게 해결할 의무와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1969년 발족된 한ㆍ일협력위원회는 양국의 국회의원, 재계 인사, 문화계 인사 등이 참여해 양국간 협력방안 등을 논의하는 기구다. 토의 결과를 자국 정부에 제언하는 역할도 수행한다. 15일 도쿄에서는 양국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합동 총회가 열렸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의 2인자인 아소 부총리는 총리와 외무상까지 역임했다는 점에서 전임자에 버금가는 무게를 가진 인물이다. 심지어 그는 평화헌법 개정에 대해 “나치처럼 조용히 하면 된다”거나 식민지 침략 전쟁에 대해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르다”는 극도의 망언을 일삼기도 했다.

이에 앞서 아베 총리는 지난 14일 오후 도쿄 총리관저에서 한ㆍ일협력위원회 합동총회에 참석한 국회의원 등 우리 측 인사 16명과 만난 자리에서 과거사 문제에 대해 “통석(痛惜)의 마음을 갖고 있다”며 우리 측의 환심을 사기 위해 애썼다. 하지만 바로 이날 일본의 보수 잡지 슈칸분(週刊文春)은 ‘한국의 급소를 찌른다’는 특집기사에서 아베 총리가 “한국은 단지 어리석은 국가”라는 말을 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경제제재로 한국을 압박할 힘도 있다는 과시도 했다고 전해진다.

박근혜 대통령은 15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한ㆍ일협력위원회 창립 50주년에 “한국과 일본이 신뢰를 바탕으로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는 취지의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신뢰를 바탕으로 한 한ㆍ일관계 개선에 나서는 이들에겐 손을 내밀 수 있지만, 반대의 경우에는 힘들다는 경고의 메시지를 아베 총리에게 간접적으로 전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아소 부총리의 한ㆍ일협력위 회장 선임, 아베 총리의 망언이 의원외교로 물꼬를 모색하던 한ㆍ일 간 ‘신뢰’에 또 다른 암초가 된 셈이다. 일단 정부는 아베 총리 발언의 사실 여부를 확인한 후에 대응 여부와 수위를 정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한 우리 정치권도 아베 총리의 망언에 대해서 만큼은 한목소리를 냈다.

새누리당 홍문종 사무총장은 15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아베 총리와 그 측근이 우리 정부에 대해 폄하 발언을 계속하고 유력 잡지가 말도 안 되는 엉뚱한 이야기를 쓰고 있다면 한ㆍ일관계가 앞으로 많은 어려움에 직면할 것”이라고 염려했다.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도 최고위원회의 발언을 통해 “경제제재를 통한 ‘정한(征韓, 한국 정복·침략)’ 계획까지 수립했다는 잡지 내용이 사실이라면 망발을 넘어선 도발이며 정부는 신속한 사실 관계 확인과 강력하고 단호한 대응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원호연 기자/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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