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대대적 해체수리
공기맞추려 날림공사 의혹
목재 이탈등 붕괴 우려도
한국 최고(最古)의 목조 건축물인 안동 봉정사 극락전(국보 제15호)이 목재가 이탈하는 등 몸살을 앓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은 4일 “봉정사 극락전의 전면 도리 부분과 측면 보, 측면 창방 부위에서 목재가 부분 이탈되는 심각한 현상이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황 소장에 따르면, 극락전의 부재 이탈은 도리와 보 등 건물 하중을 받는 부위에 집중돼 있어 방치하면 최악의 경우 대들보 부러짐, 붕괴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그는 이탈 원인에 대해 지난 2001년부터 2003년까지 진행됐던 해체 수리 공사를 지목했다.
당시 수지(樹脂)를 채워넣는 수리 공법을 썼는데, 수지가 계절에 따른 온도와 습도 변화로 나무와 함께 수축 이완을 거듭해 이 같은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황 소장은 “현장에서 육안으로 확인했는데 상태가 생각보다 심각한 지경이었다”며 “고려시대 건축된 최고(最古)의 목조 문화재이다 보니 수리 당시 부재를 잘라내는 대신, 전통적인 보수 공법이 아닌 현대적 공법을 차용해 수지로 메웠는데 이것이 문제가 된 듯하다. 수지 공사의 적정성 여부에 대해 면밀한 분석과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광화문 현판과 불국사 3층석탑(석가탑ㆍ국보 제21호) 기단부 균열에 이어 봉정사 극락전의 부재 이탈이 심각한 사안으로 확인될 경우 정부의 국보 관리에 큰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황 소장은 “공기에 맞추려 급히 진행하는 공사 관행, 장마 이후 공사 진행으로 인한 균열 촉진, 기술자들의 전통 기술 수준 저하 문제 등에 대해 정밀하면서도 시급한 보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안동 천등산 기슭에 위치한 봉정사는 신라 31대 신문왕 2년(682)에 의상대사가 지은 절. 특히 극락전은 건립 연대가 1200년대 초로 알려져 학계에서는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 건물’로 보고 있다. 이름난 부석사 무량수전보다도 오래된 건물로서 역사적 중요성이 큰 건물이어서 이번 균열은 큰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임희윤 기자/ im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