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원자재값 급등
각국 경기회복세에 찬물
유럽 스태그플레이션 우려
신흥국도 인플레잡기 비상
연초부터 유가가 상승하면서 간신히 살아난 글로벌 경제에 찬물을 끼얹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원자재값 상승에 따라 유럽 경제가 둔화되고 물가는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것이라는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유럽뿐만 아니라 브라질 등 신흥국들도 인플레이션 잡기에 비상이 걸렸다.
4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최근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유가 상승이 각국 경제 성장률을 끌어내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IEA는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4개국의 유류 수입 비용은 2000억달러 늘어난 총 7900억달러에 달했는데, 이는 곧 이들 국가 경제(GDP) 성장률의 0.5%를 감소시켰다고 지적했다.
IEA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파티 비롤은 “유가가 위험지대로 진입했다”며 “석유 수입가 상승은 경제회복을 위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날 브렌트유가 배럴당 95달러를 기록하는 등 최근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에 근접하고 있다.
특히 IEA는 “고유가는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유가 상승은 경제성장국들의 경제 회복을 가로막아 결국 석유 수입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석유 증산을 압박했다.
반면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생산을 늘리지 않겠다는 계획이다. 알리 알-나이미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장관은 “올해 6월 2일 차기 총회 전 긴급 회의를 소집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이에 따라 주요 석유수입국들이 어려운 처지에 놓였다. FT는 올해 유가가 배럴당 90달러 이상을 유지한다면 유럽연합(EU)의 경우 GDP 대비 석유수입량이 2.1%로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2.2%와 비슷한 수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가 등 원자재값이 급등하면서 재정위기로 신음하고 있는 유럽은 인플레이션 우려까지 더하게 됐다.
4일 유럽연합(EU) 통계기관인 유로스타트는 지난 12월 유로존 인플레이션이 2.2%로 2년 만에 처음 유럽중앙은행(ECB) 목표치인 2% 이하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11월 인플레이션 1.9%에서 늘어난 것으로, 에너지 및 식량 가격 상승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말 유로 약세와 유럽 각국의 경기부양책도 영향을 미쳤다. ECB는 지난 2009년 5월 이후 1%대의 낮은 금리를 유지하고 있다. 줄리언 캘로 바클레이즈캐피털 이코노미스트는 “2월에 인플레이션이 2.5%까지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경제전문가들은 이 같은 인플레이션에도 불구하고 ECB가 금리를 인상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유럽 각국이 긴축재정 조치를 취함에 따라 물가 상승이 억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브라질은 인플레이션 억제를 새 정부의 최우선 과제로 삼고 적극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브라질 언론들은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신임 대통령이 오는 14일 취임 후 첫 전체 각료회의를 열고 인플레율 상승 억제 문제를 핵심 안건으로 다룰 것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 오는 18~19일 열리는 새 정부의 첫 중앙은행 통화정책위원회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 인상 여부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브라질의 기준금리는 현재 10.75%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인플레율 상승 압박으로 기준금리 인상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며, 전문가들은 올해 기준금리가 12.25%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신수정 기자/ssj@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