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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돼지로 ‘중심이동’…방역당국 초긴장
5일만에 9건 확진

이력추적시스템 없어

유통중단 사태 올수도



구제역이 소에서 돼지로 ‘중심이동’을 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지난 5일의 경우 구제역 양성 판정이 내려진 충북 진천, 강원 양양ㆍ횡성, 경기 용인 등의 4개 농가 모두 돼지 농장이었다. 지난해 12월 한 달간 5건에 불과했던 돼지 농가의 구제역이 새해 들어 닷새 만에 9건이나 확진됐다.

소에만 백신접종을 우선 실시한 방역당국의 대응을 비웃기라도 하듯 구제역 바이러스가 돼지를 집중공략하는 양상이다.

돼지에서 구제역이 확산 양상을 보이면 방역당국의 대응은 더욱 어려워진다.

먼저 돼지는 전염력이 매우 높다. 호흡을 통해 뿜어내는 바이러스가 소의 3000배 이상이다. 또 소에 비해 ‘집적사육’되는 게 일반적이라 확진되면 인근에 미치는 영향력이 매우 크다. 소 구제역은 반경 500m 내를 예방적 살처분하지만 돼지는 3㎞나 되는 이유다.

특히 최근 돼지 구제역이 발생한 충청남북도는 국내 최대 돼지 산지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260만두의 돼지가 사육되고 있다. 인근의 전북도를 합하면 국내 전체 돼지 990만두의 3분의 1이 넘는 360만두가 집중되어 있다.

정부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이들지역에 대해 이르면 내주부터 돼지에도 백신을 접종하기로 했다.

하지만 보유 중인 백신에 비해 사육두수가 워낙 많아 백신 부족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또 일찌감치 정부에 백신 접종을 건의했다가 예산부족으로 거절당한 진천군과 청원군 등 일부 지자체에서는 정부의 뒤늦은 결정에 분통을 터뜨리는 농가도 많다.

추가 확산시 방역당국의 추적이 소보다 더 어렵다는 점도 변수다.

소의 경우 이력추적시스템이 마련돼 있기 때문에 방역당국의 추적이 상대적으로 쉽다. 반면 돼지는 관련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지 않다. 역학조사 과정에서 농장주나 차량 운전자들의 기억에만 의존해야 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실제로 지난 4일 확진판정을 받은 충북 괴산군 사리면의 돼지 농장에서 지난해 말 두 차례에 걸처 돼지 70여마리가 인근의 도축장으로 출하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충북도가 뒤늦게 추적해 해당 돼지고기를 전량 폐기해 시중 유통은 막았지만 차량 이동 등의 과정에서 추가 확산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유통도 문제다. 현재 농식품부는 설을 앞두고 축산물 수급의 원활화를 위해 구제역이 발생하지 않은 지역의 소에 대해서는 예방접종 후 유통을 허용하고 있다. 도축과 유통 이력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돼지는 이력추적 자체가 어려워 최악의 경우 구제역 확산을 막기 위해 일시적으로 유통을 중단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평가다.

홍승완 기자/sw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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