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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중산층 재테크 현장을 가다>英중산층 ‘內靜外動’ 투자…아시아 ‘새 금맥’으로
영국
남미 등 신흥국으로 급선회

한국은 흥미로운 시장

유럽투자 비중 50%이하로


지수 추종형 상품 회피

절대수익률 추구 펀드 인기


[런던=김영화 기자] 요즘 영국 런던 부의 흐름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내정외동(內靜外動)’이다. 미 금융위기로 돈을 자국으로 거둬들였던 런던 중산층들이 유럽 재정위기와 부동산값 하락, 저금리의 삼각 파고를 넘기 위해 다시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특히 저성장의 덫에 빠진 유럽과는 달리 성장가도를 달리는 신흥국, 그중에서도 아시아를 새 투자 금맥으로 주목하고 있다. 다만 영국 중산층이 해외 시장에 주파수를 맞추는 것은 지역별 분산효과를 노린 투자 다변화 차원으로, 적극적인 위험자산 추구로 보긴 이르다는 게 현지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런던에 부는 해외 투자 열풍=캡제미니-메릴린치의 전 세계 부에 관한 공동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09년 영국 고액자산가(HNWIㆍ금융 보유자산 100만달러 이상)는 전년 대비 12.5% 증가, 300만명이었다. 미국 일본 독일 중국에 이어 세계 5위 수준이다. 영국 내 고액자산가의 총 보유 자산은 9조5000억달러로 역시 전년 대비 14.2% 늘었다.

현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들을 포함, 영국 중산층은 미 금융위기 발발 이후 자국 투자비중을 늘렸다가 최근엔 남미, 아시아 등 신흥국 시장으로 투자방향을 급선회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코메르츠방크 산하에 있다가 지난 6월 분사, 프라이빗뱅크(PBㆍ부유층을 위한 전문은행)로 변신 중인 클라인워트벤슨의 주식 펀드 담당 수석은 “선진시장은 성장률이 정체돼 있어 높은 성장성의 신흥국 시장으로 자금을 이동시키고 있다”면서 “다른 PB업체들도 지난해 초 이후 비중을 늘리는 추세”라고 들려줬다.

현재 10억달러(약 1조1000억원)를 굴린다는 그는 “펀드별 이머징마켓 편입비율은 투자 위험도에 따라 저위험 0%, 중위험 10~15%, 고위험 25% 정도로 다양한데, 대체로 다른 PB업체 대비 높은 편으로 2011년에도 이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며 브라질을 신흥국 중 최고의 투자 유망처로 꼽고, 한국에 대해선 ‘흥미로운 시장’이라고 했다.

영국 중산층의 이 같은 투자 패턴 변화는 유럽 전역의 흐름과도 일맥 상통한다.

캡제미니-메릴린치의 보고서에 따르면 2009년 고액 자산가의 자국 투자비중의 감소세가 세계에서 가장 두드러진 곳은 유럽이었다. 이 지역 고액 자산가의 자국 투자비중은 지난 2007년 56%에서 2008년 65%로 치솟았다가 2009년에 59%로 내려갔다. 보고서는 “올해는 유럽 고액자산가의 자국 투자비중이 48%로 떨어지고, 아시아를 중심으로 해외 투자비중의 확대는 가속화할 것”이라며 2007~2009년 10~11% 수준이었던 아시아 지역에 대한 투자비중은 2011년엔 15%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영국 중산층이 해외 시장에 주파수를 맞추는 것은 지역별 분산효과를 노린 투자 다변화 차원으로, 적극적인 위험자산 추구로 보긴 이르다는 게 현지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시티은행 런던법인서 투자자들이 은행업무를 보고 있다
▶주식형 펀드, 랩어카운트보다 채권이 대세
=현지 전문가들은 영국 부의 이 같은 신흥국행에 대해 포트폴리오 내 ‘쏠림’ 조정일 뿐, 공격적인 위험 자산 확대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확대 해석이라고 지적한다. 아직 미 금융위기의 악몽이 가시지 않은 데다 남유럽 재정 위기도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런던 증권거래소의 FTSE지수는 금융위기의 한복판에 있었던 지난 2009년 3월 당시의 저점 대비 72%나 올랐으나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10월에 찍은 고점(6770선)까진 13%를 남겨 놓고 있다. 이미 2007년 최고 수준을 넘어선 아시아 등 신흥국 증시에 비해선 회복 속도가 더딘 편이다.

2009년 -5.0%로 수직 하강했던 영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지난해 3분기 전년 동기 대비 2.7%를 나타냈으나 미 금융 위기 이전의 수준으로 정상화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현지 업계에 따르면 미 금융위기의 여파로 요즘 영국 중산층 사이에선 인덱스(지수 추종형 상품)를 좇기보다 시장이 하락해도 절대 수익률을 추구하는 펀드가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2000년대 초반 성행했던 랩어카운드의 인기도 이제 먼 나라 얘기다. 

클라인워트벤슨 관계자는 “미 금융위기와 규제 등으로 인해 랩어카운트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은 시들해졌다”면서 “랩어카운트는 위험을 분산시킨 것이 아니라서 투자에 부담을 느끼는 이들이 많아졌다”고 했다.

 런던 중산층의 투자 0순위는 채권이다. 부동산 대세론은 꺾인 지 오래다. 미 금융위기 이후 런던 고급 거주지의 집값은 5~10% 하락했고, 서민층 거주지도 20% 정도 빠진 상태다. 요즘 집값이 바닥을 쳤다는 얘기가 나오지만 앞으로 큰 폭 오를 것 같진 않다는 게 현지의 일반적인 견해다.

‘영국의 국민은행’이라는 냇웨스트은행의 PB 고객은 “노후 대비를 위한 금융투자상품으로 주식형 펀드보다 채권과 보험을 선호한다”면서 “연 기대수익률은 4~5%로 높지 않지만, 저금리 등으로 이를 달성하기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런던의 예금 금리는 0.5%에 불과하고, 채권 수익률도 3% 미만으로 물가상승률을 감안할 때 형편없는 수준이다. 결국 기대 수익률을 맞추려면 자연스레 아시아 등 해외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betty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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