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투수로 등판해 승리를 앞둔 힘든 마무리’
윤증현 장관에게 지난 2년은 공직생활이래 가장 힘들었지만 보람된 시간이었다.
시간자체도 ‘벌써 2년인가’ 싶을 정도로 빨랐다.
“참으로 두려운 마음으로 섰다”고 취임 소감을 밝혔던 윤 장관이 오는 10일 취임 2주년을 맞는다.
이 사실에 주위에서 뿐만아니라 윤 장관 스스로도 놀란다.
앞으로가 문제다.
지금까지는 위기 극복이라는 나아갈 목표가 선명했지만 이젠 그 과정에서 파생된 각종 문제와 부작용을 해결해야하는 불투명한 미래와 싸워야 한다.
대내외 환경은 더욱 복잡해졌다.
그래서 윤 장관 개인에게는 더 힘든 시간이 될 수도 있다.
등판은 구원으로 했지만 재임기간으로 따지면 승리투수를 눈앞에 둔 상황.
하지만 그가 온전히 승리투수를 따내기에는 남은 이닝이 쉽지 않다.
윤 장관은 지난 2년간 경제사령탑을 맡으며 대외 불확실성 속에서 정상화를 이끄는 데 핵심 역할을 해왔는 것이 전반적인 평가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작년 4월 한국을 “교과서적인 위기극복 사례(textbook recovery)”로 꼽기도 했다.
그는 국가 재정의 과감한 투입등 경제컨트롤 타워의 면모를 십분 발휘, 2009년에 예상을 깨고 0.2% 플러스 성장에 이어 작년엔 6.1% 성장이라는 성과를 냈다. 또 지난해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에 밑거름이 되는 등 국격 제고와 함께 글로벌 공조에서도 능력을 보였다.
작년말 사실상 ‘절정’에 올랐던 윤 장관에게 앞으로는 득보다는 실이 더 많아질 수도 있다.
새로 꾸려진 3기 경제팀을 이끌고 헤쳐나갈 과제는 산적하다.
우선 정부의 정책 목표인 5% 성장과 3% 물가를 동시에 잡아야 한다.
이와 관련 윤 장관은 최근 “나를 믿어도 좋다”고 했지만, 이상 한파와 종식이 불가능해 보이는 구제역 파동, 유가를 비롯한 국제원자재가격 상승 등 대내외여건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포퓰리즘이라고 강력히 반대한 무상 복지 논란도 윤 장관이 헤쳐나갈 숙제다.
복지에 대한 전방위 압박 속에서 재정 건전성을 지켜낼지도 관심이다.
미흡한 서비스산업 선진화도 구체적인 성과를 내야 할 부분이다. 의사, 약사, 변호사 등 서비스선진화의 핵심인 전문자격사 시장에 대한 규제완화를 위해 관련부처와 이익집단의 장벽을 허물 수 있을지가 핵심이다.
이집트 사태를 비롯한 유럽 재정위기, 미국의 양적 완화 등 대외 불확실성과 함께 북한 리스크에 따른 시장 안정도 과제다.
윤 장관이 정책에 임하는 자세와 관련해 흔히 쓰는 사자성어는 ‘해현경장(解弦更張)’이다.
그가 올해 풀어진 거문고 줄을 다시 바꾸어 맬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형곤 기자 @kimhg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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