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는 8일 전체회의를 열고 KBS의 수신료 인상안의 근거가 불충분하거나 타당성이 결여됐다는 이유로 최종 결론을 보류했다. 그러나 최시중 위원장을 비롯한 여당 위원들이 “KBS 사장으로부터 의견을 들어보자”고 주장, 사실상 KBS에 해명기회를 부여했다.
이날 방통위는 KBS 수신료 인상안을 내부 검토한 결과 재원구조를 정상화한 공영성 강화 노력이 부족하고, KBS가 수신료 인상의 근거로 제시한 예상적자도 크게 부풀려졌다고 지적했다.
상임위원들은 특히 KBS가 수신료 인상과 광고 수입이라는 ‘양손의 떡’을 그대로 유지하려는데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KBS가 자문을 구한 보스톤컨설팅그룹은 광고 폐지와 수신료 6500원 인상이 적절하다고 했으나, KBS는 광고는 현행 수준을 유지하고 컨설팅 결과와는 차이가 있는 3500원 인상안을 제출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8일 오후 전체회의를 열고 KBS 수신료 인상안을 놓고 그 타당성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
KBS가 수신료 인상을 위해 5년간 적자 액수를 5000억원 이상 부풀렸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KBS는 보스톤컨설팅그룹의 자문을 토대로 2010~2014년 4539억원의 적자를 예상했지만 방통위 분석 결과 오히려 548억원의 흑자가 나는 것으로 드러났다.
김준상 방통위 방송정책국장은 “KBS가 인건비 절감과 사업 경비 10% 절감의 자구안을 포함시키지 않고, 수입과 비용을 2010년 실제 실적이 아닌 예산안 기준으로 계산해 누적 당기순손익의 일부분을 과다 추정했다”고 설명했다. 아직 정책이 확정되지도 않은 지상파다채널서비스(MMS)에 1000억여원의 예산을 배정한 것도 논란을 키웠다.
국회 논의의 전초전 격인 방통위 회의에서 수많은 문제점이 드러난 만큼 ‘3500원-광고유지’안이 그대로 국회 승인을 받기는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수신료 인상안이 국회에서 부결되면 KBS는 30년만의 수신료 인상 노력을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방송통신위원회가 KBS 수신료 인상안에 대해 부정적인 검토 의견을 국회에 제출할 것으로 보인다. KBS는 이번 안이 국회 부결되면 수신료 인상 노력을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해야한다. |
야당 추천위원인 양문석ㆍ이경자 위원은 각각 “공공기관의 경영진을 정부가 오라가라하는 선례를 남겨선 안된다”,“의견청취를 해도 달라질 게 없다”면서 부정적 입장을 드러냈지만 결국 17일 김인규 사장이 배석한 가운데 다시 전체회의를 여는데 합의했다.
한편, 이날 상임위원들은 수신료 인상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아 ‘3%대 물가’를 강조하는 현 정부와 대조된 행보를 보였다. 수신료 1000원 인상은 물가를 0.092% 상승시키며, 이는 배춧값이 다시 48.5% 오르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윤희 기자/wor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