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특수의료 분야 전문인력의 양성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아덴만 여명 작전 과정에서 총상을 입은 석해균 선장처럼 중증 외상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전문 군의관이 단 1명도 없다는 사실이 놀랍다. 천안함과 연평도 포격사건 등 실전 상황이 수시로 일어나고, 각종 전투훈련 과정에서 총상이나 화상을 입어도 지금의 군 의료 시스템으로는 대처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경우 민간 병원으로 후송이 고작이다. 화생방전이나 생화학전에 대비한 의료 전문가 역시 군 병원에선 찾아볼 수 없다. 군인을 군에서 치료할 수 없다면 정상적인 군대가 아니다. 국력과 경제력, 군사력, 의료기술력 무엇이 모자라 우리 국군이 이런 홀대를 받아야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
무엇보다 장기 복무를 희망하는 군의관이 턱없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군 의료인력의 수급 구조 개선이 시급한 것이다. 현재 군에는 2100여 명의 군의관이 있지만 대부분 3년 의무복무를 마친 뒤 전역한다. 그러다 보니 면허를 신규 취득했거나 전문의 과정을 갓 마치고 입대한 ‘초보 의사’들이 군 병원 진료를 전담하는 구조다. 장기 복무 군의관 90여 명으로는 20개 군 병원 행정관리에도 힘이 부치고 특수의료 연구와 치료는 엄두도 낼 수 없다.
그렇다면 국방부가 추진하는 국방의학원 설립 근거 법안 처리를 국회가 더 미뤄서는 안 된다. 국방의학원은 군 병원 전문 의료인력을 집중 양성하는 의학전문대학원이다. 4년간 의학 교육을 받아 의사가 된 뒤에도 5년의 군 관련 특수의료 전문가 과정을 거쳐 군과 공공 분야에 장기 종사토록 한다는 취지다. 이 법안은 제출된 지 벌써 3년째, 여전히 국회 상임위에서 낮잠을 자고 있다. 만일 그 이유가 의료시장 인력 과잉으로 의사를 추가 배출해선 안 된다는 의사협회 등의 반발과 로비 때문이라면 비난받아 마땅하다.
미국은 국방의과대학을, 일본은 방위의과대학을 통해 매년 군 병원 전문 고급 의료인력을 배출하고 있다. 이들은 총상과 화상, 외상후 스트레스, 재활의학 등의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기술을 보유, 민간인 진료까지 담당하고 있다. 우리가 이런 시스템을 도입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군인들조차 군 병원을 믿지 않는 상황에서는 결코 ‘강한 군대’를 육성할 수 없다. 국회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