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전력과 물 부족 사태가 일본 경제에 가장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뉴욕타임스가(NYT)가 14일 보도했다. 지진과 쓰나미로 초토화된 지역에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서는 일본 각 지역의 전력을 끌어와야 하는데 이로 인해 다른 지역의 공장, 가정 등에 공급할 전력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상황이 최소 2주 이상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날 일본 니케이 지수가 6.2% 폭락한 것도 소니, 도요타, 후지쓰 등 대기업들이 전력 부족으로 장기간 생산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우려에 따른 것이다.
도요타, 혼다, 닛산 등 빅3 자동차 회사는 13~14일 조업을 중단했으며, 도요타는 15일까지 조립 공장을 폐쇄하기로 했다.
특히 스마트폰과 태블릿 컴퓨터에 내장되는 경량칩의 약 40%를 생산하고 있는 일본 전자업체들의 조업 중단이나 폐쇄는 세계 시장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대부분 하이테크 제품들은 전세계 네트워크간 긴밀한 조율하에 매일 매일의 생산 스케줄이 조정되고 결정된다. 하지만 일본 지진으로 인한 조업중단이나 공장폐쇄는 이같은 공정 과정에 타격을 주면서 전자부품 가격은 물론 일본 수출에도 심각한 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
시장조사기관인 가트너의 클라우스 린네 부회장은 “일본에 있는 동료가 하루 두번 정전이 된다고 전해왔는데 칩 제조 공장에서 하루에 두번 전기가 나가면 유지가 불가능하다”며 “이는 제품 결함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물 역시 반도체칩 제조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다. 물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거나 오염된 물 사용이 증가할 경우 생산에 차질을 빚는 것은 불가피하다. 소니의 6개 공장이 지진의 영향으로 생산이 중단됐고 언제 가동이 재개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특히 공장 파괴가 가장 심각한 곳은 미야기현에 있는 블루레이 디스크와 마그네틱 테이프를 만드는 공장이다. 이 공장의 1층이 완전히 물에 잠기면서 1150명의 근로자가 대피해 단기간내 조업 재개는 어려운 상태다.
이같은 기업 생산 차질로 인한 막대한 손실을 보전해주기 위해 일본 중앙은행은 긴급 금융지원프로그램을 마련했다. 무디스의 마크 잔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일본의 올 상반기 경제활동은 위축될 것”이라며 “하지만 하반기에는 피해 복구 및 재건 노력으로 인해 다소 나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수백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재건 비용은 가뜩이나 재정적자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본 정부에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연간 경제성장률 대비 일본 정부의 부채 비율은 200%에 달해 미국 등 선진국 가운데 가장 높다.
또 재건자금 마련을 위해 일본 정부가 해외에 투자한 엔화를 회수할 경우 엔고 현상이 발생하면서 일본 수출 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수도 있다. 지난 1995년 고베 지진 직후 엔화는 달러 대비 20% 상승한바 있다.
한편 NYT는 일본이 손상을 입은 원자력 대신 액화천연가스(LNG)를 대체에너지로 사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신수정 기자/ssj@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