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高공포 원달러 환율도 요동
일본발 원전 공포에 글로벌 시장과 함께 한국 시장도 갈피를 못 잡고 크게 출렁이고 있다.특히 최근의 엔화 초강세로 원/달러 환율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모습이다.
원/달러 환율은 17일 서울외환시장에서 개장과 함께 전날보다 10원이나 오른 1141.0원으로 출발했다.
환율이 장중 1140원대 위로 올라선 것은 올 들어 처음이다.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심화되면서 달러 매수세로 환율의 상승 압력이 커진 상황에서 엔화 초강세가 맞물린 결과다.
전날 한때 2차 세계대전 후 최저 수준인 76.52엔까지 떨어졌던 엔/달러 환율은 17일 도쿄외환시장에서 79.20엔대로 거래되고 있다. 이는 1995년의 79.75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에 일본 지진 발생 이후 24시간 시장 상황을 모니터링 중인 우리 외환 당국은 ‘필요 시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과도한 쏠림 현상엔 분명히 대처하겠다는 입장이다. 엔화의 초강세가 상당부분 환 차익을 노린 상당부분 헤지펀드들의 공격에의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경계를 늦추기도 어렵다. 엔화의 초강세로 일본 경제 펀더멘털이 더욱 취약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천문학적 복구 비용을 고려한 엔화 가수요가 엔고를 강하게 부채질하고 있지만 일본 경제의 위축으로 결국 엔화는 약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 이럴 경우 원/달러 환율의 상승은 가팔라질 수 있다. 실물경제에 미칠 영향이 점점 커질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럴 경우 우리에겐 장점도 있지만 부작용이 더 부각될 전망이다. 일본 제품에 비해 가격경쟁력이 높아지면서 당장은 한국의 수출경쟁력이 좋아질 수 있다. 하지만 부품의 상당부분을 일본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장기간 차질을 빚는다면 조선, 자동차, 철강 관련 제조기업들 생산엔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하다.
특히 대일 무역수지 악화와 함께 일본산(産) 소재에 의존하는 산업은 더욱 힘들어진다. 가뜩이나 일본 지진으로 부품 수입이 여의치 않은 가운데 수입 가격마저 급등할 경우 해당 산업이 받는 충격은 예상보다 커질 수 있다.
원/달러 환율의 상승은 수입물가도 부추겨 국내 물가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 이미 고유가와 식품가격 상승에 시달리는 아시아 국가 전반에도 충격이 불가피해진다. 특히 수입수산물 가격 상승은 이미 높은 상승세를 지속하는 식품가격에 추가 상승압력으로 작용해 물가 고점 시기가 늦춰질 수도 있다.
김형곤 기자/kimh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