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나미도 70대 노부부의 사랑을 갈라놓지 못했다. 70대 남편은 15m 해일과의 사투 속에서도 끝까지 아내의 손을 놓지 않았다. 파랗게 부어오른 아내의 오른손이 지아비의 50년 사랑을 조용히 말해주고 있었다.
18일 산케이신문은 20년 전 백내장으로 시력을 잃은 아내를 위해 해일과 맞서 싸운 70대 지아비의 감동 스토리를 보도했다. 주인공은 이와테(岩手)현 오쓰치 초(大槌町)에 사는 우에노 시로(上野四郞ㆍ74) 씨와 그의 아내 기에(74) 씨. 이와테 현은 경찰 공식 집계로만 2000여명이 사망한, 이번 지진 피해를 크게 본 지역 중 하나다. 부부는 지진이 일어났을 당시 집 안에 있었다.
“해일이 오고 있어!”
시로 씨는 대지진으로 큰 진동을 느낀 후 엄청난 쓰나미가 밀어닥칠 것을 직감하고 아내의 손을 잡고 집을 뛰쳐나왔다. 하지만 해일은 무서운 속도로 달려들었다. 집은 해안에서 1㎞도 떨어져 있지 않아 차를 타려는 순간, 검은 물살이 들이닥쳤다. 기왓조각과 돌 등이 뒤섞인 바닷물에 앞을 보지 못하는 기에 씨는 속수무책으로 빨려 들어갔다.
기에 씨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도 모른 채 “도와줘요!”라고 외쳤다. 시로 씨는 아내의 손을 필사적으로 붙들었다. 금방이라도 손이 미끄러질 것 같았지만, 있는 힘을 다해 붙잡고 가까운 언덕으로 올라가면서 사투를 끝냈다.
천예선 기자/che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