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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정식 기자의 시승기> 호화성+경제성=‘사회지도층’이 타는 BMW 730d
한국에서 자동차를 사면서 1억 이상을 쏟아 붓는 사람들이 있을까? 있다. 그것도 지난달에만 88명이나 됐다.

BMW의 기함 7시리즈가 드디어 디젤 세단을 내놓았다. 730dL 모델이다. 지난달 팔린1억 이상 디젤 차량 88대 가운데 54대를 차지한 인기짱 모델이다.

제원을 살펴보자. 최고출력은 245마력에 최대토크 역시 55㎏ㆍm에 달한다. 2억원을 육박하는 가솔린 750i 모델의 성능과 비슷한 수치다.

아무리 돈이 많은 고객도 약 절반 가격에 비슷한 성능을 내는 차를 탈 수 있다면 합리적 소비를 할 것이다. 여기에 디젤엔진의 친환경성 까지 더해, 사회지도층(?)의 배려까지 느낄 수 있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차량 문을 열고 자리에 앉았다. 두말 할 필요 없이 넉넉하다. 앞좌석에서는 부드러운 나파가죽시트가 허리와 어깨 각도까지 섬세하게 조절할 수 있는 시트가 일품이다. 특히 엉덩이 부분에서 허벅지 부분을 감싸는 쿠션의 앞부분도 전동 스위치 하나로 튀어 나오게 하는 기능은 장거리 운전에서 유용할 것이다.

롱 휠베이스의 7시리즈는 유난히 길어 보인다. 전장이 5212㎜에 달해 옆에서 보면 길다란 물개같은 인상이다. 뒷자리에 앉아보니 실내 공간을 좌우하는 휠베이스가 3210㎜나 되는 것이 실감된다. 리무진까지는 아니지만 조수석 뒷부분에 장작된 모니터를 조작하려며 허리를 상당히 굽혀야 할 정도다.

또 다른 특징은 경량화. 육안으로는 잘 확인이 안되지만 루프와 보닛, 도어, 프런트 스포일러 부분은 소재가 알루미늄이다. 특히 이번에 시승한 3리터 디젤 엔진은 185㎏으로 이전 모델의 동일 크기 엔진보다 5㎏이 가벼워졌다.

세계 자동차 업계에서 1㎏이라도 경량화시키려는 경쟁이 얼마나 치열하게 펼쳐지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부분이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시동을 걸었다. 도대체 흡음재를 얼마나 많이 집어넣으면 디젤 엔진의 소음이 이렇게 조용하게 느껴지는지 궁금하다. 바로 옆에 BMW의 볼륨모델인 528i가 있어, 소음도 비교를 위해 함께 키를 돌려봤다.

거의 같은 수준이지만 아이들링에서 가솔린 엔진이 약간더 우위에 있다고 할 정도다. 어쩌면 어떤 차량이 디젤과 가솔린인지 정답을 알고 있었기에 느낄 수 있는 직관적 반응일지도 모르겠다.

정지 상태서 가속 페달을 깊게 밟았다. 순간적으로 뒷바퀴가 헛돌정도로 토크는 훌륭하다. 제원상 최대 토크가 1750 rpm에서 나오지만 그 전에도 힘은 넉넉했다. 2톤 무게지만 3000㏄ 만으로도 충분했다.

복잡한 시내를 벗어나 경인고속도로에 몸을 실었다. DDC(Dynamic Driving Control)는 컴포트와 노멀, 스포트, 스포트 플러스 4가지 모드가 제공된다.

평소에는 노멀이 가장 좋고 연비를 생각한다면 컴포트가 권장되지만 개인적으로 컴포트에서는 BMW의 역동성이 많이 사라진 느낌이다. 심지어 소음도까지 크게 낮아져 시속 100㎞의 컴포트 모드는 렉서스 LS모델과 별반 차이가 없게 느껴졌다.

반면 스포트 모드만 바꿔도 엔진과 변속기는 완벽한 변신에 들어간다. 제로백(정지상태서 시속 100㎞ 도달시간)이 7.3초로 순발력도 부족함이 없다.

7시리즈하면 당연히 뒷자리 중심의 차로 인식돼 왔다. 하지만 730dL은 완전히 달랐다. 앞자리서 미친듯이 운전을 즐기는 기사를 뿌리치고 뒷자리를 박차고 나가게 만드는 차다.

공인 연비는 13.5㎞/ℓ이고 실연비도 서울 도심에서 10㎞/ℓ대였다. 아마도 지금의 6단자동변속기가 8단으로 업그레이드되면 훨씬 향상되겠지만 디젤의 다이내믹함을 느끼게 하기 위해 일부러 남겨놓은 것은 아닐런지 사뭇 궁금해진다.

<윤정식 기자@happysik>
yj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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