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동북부 대지진으로 인한 파장은 아직 진행형이다. 일본의 원전만 바라볼 수밖에 없는 현재 상태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일본의 원전 사태가 최악의 고비를 넘겼는가 하는 점이다.
이는 아직 불확실하다. 원자로 냉각 문제가 남아 있으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냉각수 투입이 가능한지 여부 등도 아직은 확실하지 않다. 게다가 여진의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고, 일본의 개별 산업들이 얼마나 큰 타격을 받았는가에 대한 사실 정보들조차 아직 정리되지 못한 실정이다.
그래도 긍정적인 면은 인류의 대응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여기서의 대응은 원자력발전소와 관련한 세부적이고 기술적인 문제들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최악의 환경재해를 겪은 직후 헬기를 동원해 원자력발전소에 바닷물을 뿌려서라도 살고자 발버둥치는 인간의 근원적인 모습을 말하는 것이다.
대지진으로 갈라졌던 일본의 도로가 단 며칠 만에 멀쩡해진 사진은 인류의 치유능력이 얼마나 빠른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또한 자연재해는, 우리가 알고 경험했던 수준으로는, 글로벌 경제 성장의 결정적 걸림돌이 될 수 없다. 태풍 카트리나의 미국 상륙, 멕시코 만 원유 유출 사고, 중국 쓰촨 성 지진 등 최악의 자연재해로 기록됐던 사건들도 글로벌 경제 성장을 둔화시키지는 못했다.
일본 대지진이 가져올 수 있는 긍정적인 효과는 세 가지 정도다.
일본의 생산이 타격을 받음으로써 일부 섹터에 대한 공급과잉 우려가 완화될 수 있다. 최근 정유, 화학, 철강주들의 강세가 이를 반영하고 있다. 또 지진이 끝난 후 복구 과정에서 새로운 수요가 창출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세계 3대 원유소비국인 일본의 불행이 단기적으로는 유가 상승세에 제동을 걸 수 있으리라는 점을 들 수 있다. 주말 국제 유가의 하락에는 이런 기대가 반영됐다고 할 수 있다.
시장이 가장 우려하고 있는 것은 일본 대지진 직후의 엔화 방향성이다. 지진으로 인한 타격이 더욱 확대될 경우 엔화는 약세를 나타낼 것이다.
특히 지난주 G7 회의에서 엔화 약세를 용인하는 듯한 결론이 내려졌다. 그러나 정상적인 생산을 유지하는 가운데 나타나는 엔화 약세는 일본 수출기업들의 가격경쟁력을 높이겠지만, 생산 차질의 여파로 나타날 엔화 절하가 한국 기업들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다. 부정적 효과는 시간이 지난 후에나 걱정할 문제이다.
결론적으로 한국 증시는 일본의 대지진과 원전 위기에도 불구하고 1900선이 크게 위협받지는 않을 것이다. 단기적으로 반등한 후 재차 중동 문제, 유럽 재정 문제의 진행에 영향을 받는 흐름을 나타낼 가능성이 높다. 대응 전략은 점진적 비중 확대이다.
많이 빠진 주식이 가장 좋아 보인다. 그다음으로는 일본과 경쟁 구도에 있는 업종도 좋아 보인다. 크게 하락한 종목 가운데서도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인해 마진 압박이 큰 업종은 피하는 것이 좋아 보인다.
단 일본 사태가 중동 문제, 유럽 재정적자 문제와 결합될 시 추세가 바뀔 가능성은 항상 열어두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