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시간강사에게 교원 지위를 부여, 법적 신분을 보장하는 ‘고등교육법 일부 개정안’이 역풍을 맞고 있다.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저임금 등 열악한 환경의 대학 시간강사 제도를 개선하겠다는 법 개정 취지는 옳다. 국공립대는 강의료가 시간당 8만원 선으로 올라가고, 건강보험 혜택까지 받게 한다면 더 말할 나위 없다. 박사 시간강사들이 수시로 자살하는 일은 훨씬 줄어들 것이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아직 멀었다는 게 논란의 초점이다.
획기적으로 개선했다는 교원 지위 부여만 해도 그렇다. 시간강사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은 고용 불안이다. 매 학기 계약을 하기 때문에 당장 다음 학기 강의를 기약할 수 없어 ‘보따리장수’라고 자조할 정도다. 교원 지위를 준다고 그들의 처지가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 명칭이 ‘강사’로 바뀌고 신규 및 재임용 때 교원에 준하는 투명한 절차를 거친다지만 결국 고용기간이 학기 단위인 6개월에서 법이 보장한 1년으로 늘어나는 것뿐이다. 또 ‘기존 교원 외 교원’으로 분류, 교원연금 등에도 가입할 수 없는 ‘무늬만 교원’에 불과하다.
시급제 방식의 임금 구조도 마찬가지다. 전임 교원의 50% 선까지 임금을 올린다고 하나 정부 예산을 쓸 수 있는 국공립대학에 국한된 얘기다. 재정이 한정된 사립대가 정부의 가이드라인을 얼마나 지킬지 의문이다. 오히려 강의료에 신경 쓰지 않는 초빙교수, 겸임교수를 대거 임용, 그나마 강의도 놓치지 않을까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대학강사의 처우가 사회 문제로 비화하는 것은 대학 교육의 부실 우려 때문이다. 대학 시간강사는 전국적으로 7만7000명 선이다. 이들은 교양강좌의 50%, 전공과목의 3분의 1을 담당하고 있다. 명칭만 강사로 바뀐 시간강사들이 맡기에는 너무 부담이 크다. 무엇보다 전임교원 수를 대폭 늘려야 한다. 빠듯한 대학 재정을 생각하면 쉽지 않은 일이지만 대학다운 대학 교육을 위해 불가피한 명제다. 재정이 어려운 대학은 일정 기준에 따라 정부가 지원하고, 반면 최소 기준조차 충족치 못하는 대학은 퇴출시켜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대학 진학률이 90%에 육박할 정도로 우리는 대학이 너무 많다. 물론 강의와 연구에 소홀한 기존 교원들은 과감히 도태시켜 젊은 신진 학자들을 더 많이 기용해야 한다. 대학 교육 개혁은 이제부터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