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발병 이후 최악의 축산대란과 환경오염을 야기한 구제역의 위기대응 수준이 24일 경계경보로 낮아졌다. 사실상 종료 국면에 접어든 것이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이를 계기로 축산업허가제 시행, 국립검역검사본부 설치 등을 골자로 한 가축질병 방역체계 개선 및 축산업 선진화 방안을 이날 확정 발표했다. 또 백신 접종 청정국 지위를 가장 빠른 시일 내에 회복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경북 안동 구제역 발생 이후 116일 동안 11개 시도, 75개 시군으로 확산되고 총 150건이 유발, 가축 347만9513마리가 살처분 매몰된 최악의 사태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것은 그마나 다행이다. 피해보상 및 매몰 비용만으로 3조원 이상이 소요, 재정 피해 역시 사상 초유로 컸다. 정부의 방역 시스템은 물론 의사결정, 살처분 방식, 심지어 축산업 관리에 이르기까지 총체적 부실에 기인한 결과다. 주먹구구식 의사결정과 부실관리가 재난을 키운 것이다. 최초 구제역 의심신고 접수 시 초기 판단 실수로 5일 동안 차단방역이 늦어지고 농림수산식품부와 행정안전부, 청와대 등의 의견조정 지연 및 판단 착오로 뒤늦게 살처분 매몰에만 의존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전근대적 방식에 의존해온 방역체계와 밀실 사육, 농장 출입인 및 물품, 차량 관리, 백신접종 매뉴얼 부실도 화를 키운 요인이다. 어느 것 하나 제대로 관리되고 적확히 대응된 것이 없을 정도였으니 이쯤에서 관련부처 장관 퇴진은 당연하다. 하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려는 이번 선진화 대책 역시 부실하기 그지없다. 가축질병 재앙의 재발 방지 의지마저 부족하다. 면역력 저하의 근본 원인인 면적당 사육두수 제한 규정이 완전히 빠진 것은 특히 유감이다. 기후 변화와 인공사료 반입은 면역력 약화를 가속화할 게 뻔하다. 사전 대비만이 축산 재앙 재발을 막을 수 있다.
축산업신고제 도입 역시 마찬가지다. 소작농을 기업농으로 전환, 농업 경쟁력을 높여가듯 과학화, 기업화한 축산업으로 질병대란을 피해가야 한다. 축산업을 허가제로 전환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아울러 수의사 관리와 대응, 백신 매뉴얼 대책이 나와야 한다. 급하다고 동사무소 직원이 주사기를 들고 나가 전염을 확대시키는 우를 또 범해서는 안 된다. 전문 수의사 활용 방안과 IT기술이 접목된 국가동물방역통합시스템 구축부터 서두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