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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금융, 글로벌시대 연다>해외영업 그곳이 영토…금융DNA 무장 글로벌 노마드 돼라
전문가 좌담회
정은보 금융위 정책국장

금융도 삼성같은 글로벌 리더 나올때

IT·법률 등 유관산업 동반진출 바람직


주재성 금감원 본부장

초국적화 지수 활용 현지화 지속 평가

선진국보단 이머징 국가가 승산 높아


이찬근 KB 부행장

남들 따라하기는 또다른 리스크만 초래

당장 눈앞 열매보다 장기전략 마련 절실


서병호 금융硏 연구위원

탄탄한 네트워크로 국제금융 소화해야

현지인재 확보위해선 파격 인센티브를



한국의 금융회사들은 아시아 각국에서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헤럴드경제는 해외기획 취재를 통해 현장에서 생생하게 담아낸 이들의 어제와 오늘을 7회에 걸쳐 기사로 담아냈다. 이번 기획 시리즈를 마치기에 앞서 금융업계와 금융당국, 금융연구기관을 대표하는 전문가들을 초청, 한국 금융회사들이 글로벌 경영에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과제에 대해 들어봤다.

-사회=최근 국내 금융회사들의 해외진출이 활발하다. 금융노마드(nomad)라 불릴 만하다.

▶정은보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이하 정 국장)=국내 시장은 거의 포화상태에 왔다. 금융산업이 신성장 동력을 만들고,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해 내는 산업으로 지속성장하기 위해서는 해외시장을 개척하고, 새로운 이익창출 기회를 만드는 것이 불가피하다. “산업계에는 삼성, 현대자동차 등 글로벌 리더가 있지만 왜 금융업계엔 없는가”라는 지적도 있다. 금융도 해외진출을 통해 국제경쟁력을 갖춰야한다.

▶주재성 금융감독원 은행업서비스본부장(이하 주 본부장)=중요한 것은 어떤 전략으로 해외에 진출하고 점포를 육성하느냐는 것이다. 도이치뱅크가 좋은 사례다. 99년도에 독일 점유율이 33%였지만 세계로 나가면서 이 수치가 17%로 떨어졌다. 국내 점유율을 더 이상 증가시키지 않고 포기하는 대신 해외에서 국제적 은행으로 탈바꿈했다. 그런 것이 국제화 전략이다.

▶이찬근 KB국민은행 부행장(이하 이 부행장)=우리나라 은행의 주식가치는 다른 나라에 비해 턱없이 낮다. 가령 인도네시아 은행의 주가는 순자산가치의 3배가 넘는다. 우리보다 좋아서 그런 게 아니라 성장성이 높기 때문이다. 국내 은행은 성장 가능성이 낮다고 보기 때문에 주가가 낮은 것이다. 성장성을 높게 평가받기 위해서라도 해외진출이 필요한 때다.

▶서병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이하 서 연구위원)=우리나라는 ‘스몰 오픈 이코노미’다.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무역비중이 높고, 수출입 관련 금융수요나 글로벌 기업들도 많다. 국내은행들은 해외 네트워크가 없기 때문에 그 많은 국제금융 수요를 충분히 소화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국부유출을 막기 위해서라도 우리 은행이 좀 더 글로벌화해야 한다. 또 안정적 외화조달원이 없어 해외에서 신용경색이 오는데 국내 글로벌 은행이 해외에서 직접 조달할 수 있는 달러자금이 있었다면 금융위기 때 사정은 달랐을 것이다.

-사회=외환위기 이전에도 해외진출이 활발했지만 성과없이 철수한 회사들이 대부분이다. 때문에 최근 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해외진출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없지 않다.

▶이 부행장=전략적으로 지속가능한 해외전략이 없었다. 해외에서 무엇을 할 것인지 깊은 연구가 전제됐다면 사정은 달랐을 것이다. 다른 곳들이 많이 나가 있으니까 나간다는 식이어선 곤란하다. 해외진출은 자기 장점의 연장선상에서 진행되어야지 그렇지 않으면 새로운 리스크만 만들게 된다. 전략적 어프로치가 중요하다. 과거 해외로 나갔던 금융회사들은 한국 기업과 교포를 상대로 영업하면서 ‘리틀코리아’를 만드는 데 만족했다. 중장기적인 전략이 부재했고, 공유할 만한 성공 사례도 없었다.

▶서 연구위원=글로벌 은행의 성장과정을 보면 터닝포인트가 있다. 스페인의 산탄데르가 영국 애비내셔널을 인수한 것처럼 인수ㆍ합병(M&A)을 잘해야 한다. 업무제휴도 하고 네트워크도 쌓으면서 최소 10년 이상을 관찰했다. 그리고 위기가 닥쳤을 때 싼값에 샀다. 2008년 금융위기도 기회였는데 우리는 또 놓쳤다. 그게 아쉽다. 지금이라도 공부를 더 많이 해서 인수할 만한 물건을 찾아 나서야 한다.

-사회=글로벌 경영을 위한 중장기 전략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가. 

이찬근 KB국민은행 부행장(왼쪽부터), 주재성 금감원 은행업서비스본부장, 정은보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 서병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이 한국 금융회사들의 글로벌경영 성공과제를 살펴봤다.

▶정 국장
=진출지역을 잘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수익을 낼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리틀코리아 커넥션을 만들 목적이라면 이미 실패다. 다행히 요즘엔 돈이 좀 될 만한 곳을 찾는 것 같다. 철저한 현지화 전략도 중요하다. 현지의 좋은 인력을 채용해서 현지화 전략으로 가야 한다. 헤드쿼터는 백오피스 역할을 하고, 현장에서 실제로 돈을 버는 프런트 오피스는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통해 짧은 시간 내에 적응, 영업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돈을 벌기까지 과도기가 길어지면 결국 실패한다. 금융인프라도 같이 가줘야 한다. 금융서비스는 종합예술이다. 은행만 진출할 게 아니라 회계, 신용평가, 금융 관련 IT, 법률서비스 등 유관산업들이 동반진출해야 시너지를 내고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주 본부장=금감원은 해외점포의 현지화 수준, 기업의 국제화 정도를 나타내는 초국적화지수(TNI)지표를 활용한 현지화 평가를 2008년 10월부터 실시하고 있다. 여전히 미흡한 수준이다. 유수 글로벌 은행들이 많게는 70%, 적어도 30%나 나오지만 국내 은행의 초국적화지수는 겨우 2.9%에 불과하다. 과거엔 선진국으로 많이 나갔지만 거기선 승산이 없다. 이머징국가나 우리와 문화가 비슷한 나라로 진출하는 게 한발 나간 전략이다. 조사결과도 현지법인의 현지화지수가 훨씬 높은 편이다. 개별 점포 신설보다는 현지법인을 인수해서 영업력을 가지는 것이 글로벌화하는 데 효과적일 수 있다. 

-사회=단기성과를 바라는 ‘조바심’이 글로벌 경영에 방해가 된다는 지적이 있다. 중장기 투자를 할 토양이 마련돼 있지 않다는 얘기도 있는데.

▶이 부행장=(몇년씩)손해를 보더라도 전략이 주효하면 문제가 없을 텐데 그간 우리는 돈 못 번다고 하면 문 닫는 식이었다. 로컬 시니어를 뽑고 그 사람들이 계속 남아서 일할 수 있도록 하는 장기적인 진출 전략을 짜야 한다. 금융은 경제의 혈액이다. 계속 흘러야 한다. 해외에서 흐르기 시작하면 그곳이 우리 영토인 셈이다.

▶서 연구위원=현지 인력들은 문화적인 문제 때문에도 많이 나간다. 본사로 올라가지 못하고 승진 기회도 없고 제한적 역할이었다. 문화도 국제적으로 바꾸고 이들에게 높은 포지션을 줘야 한다. 또 해외진출시 국내 대기업과 조인트 벤처를 고려해볼 만하다. 과거에 대우자동차가 헝가리 가면서 대우은행 만들지 않았나. 이런 방식도 우리 은행법상으로 문제가 없고, 진출국의 규제를 따르면 된다.

▶정 국장=제조업은 실험실 산업이지만 금융은 네트워크 산업이다. 장기간의 투자와 안목으로 육성하지 않으면 훨씬 더 따라잡기 어렵다. 결국 계속 씨를 뿌려가면서 토대를 쌓고, 다소 적자가 나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무리하지 않으면서 접근해야 열매를 손에 쥘 수 있다. 

-사회=우리 금융회사들의 해외 진출 지원을 위한 금융당국의 역할도 중요한 것 같다.

▶서 연구위원=우리 금융감독 시스템은 개별 해외점포를 마치 하나의 독립법인인 것처럼 등급을 매긴다. 선진국은 그렇지 않다. 씨티은행은 해외점포가 몇천개나 되지만 당국은 지배구조와 의사결정 구조 등 내부통제를 어떻게 하는지 체크만 한다. 해외점포는 은행이 자체적으로 챙기도록 한다. 일일이 점포를 들여다보지 않는다.

▶주 본부장=지난해 선진 금융당국의 검사실태를 살펴보고, 우리도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각 은행이 해외점포 통제하고 당국은 해외점포를 관리하는 그곳을 가서 검사하면 된다. 경우에 따라 해외점포를 직접 들여다보기도 하지만,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시스템적으로 운영하려 한다. 당국은 외국 금융당국과의 관계개선을 통해 우리 금융회사의 현지 진출을 지원하고, 지역적 쏠림현상이 심각할 때 자제를 당부하는 식의 레귤레이터 기능을 강화할 계획이다.

정리=오연주 기자/ o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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