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통장 쓰자니 아깝고
그냥 있자니 불안하고…
1순위 신청자 거의 全無
3순위엔 몇십대 1 경쟁률
‘청약통장쓰자니 아깝고, 집값오르는데 넋놓고 있기도 그렇고~’
올해 분양레이스가 본격 시작된 가운데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청약 ‘3순위 쏠림’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특히 1, 2순위 청약에서 신청자가 전무하다시피하다 3순위에서 기다렸다는 듯 수천여명이 한꺼번에 몰리는 사업장이 속출하고 있다.
부산 정관신도시 A-10블록에 들어서는 정관 롯데캐슬 2차는 지난 23일부터 사흘간 순위내 청약접수를 받은 결과, 평균 10.6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전 주택형에서 모집 가구 수를 채웠다. 그런데 총 9704건의 신청건수 중 96%(9411건)가 3순위에 집중됐다. 특히 101㎡C형은 401가구 모집에 7400여명 가량 몰려 ‘이상 열기’를 띄었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이달초 공급한 부산화명 롯데캐슬 카이저 2차분 중 131㎡ 이상 중대형 5개형도 3순위에서 모두 마감되는 등 같은 현상이 빚어졌다”며 “지방은 1~2순위로 결과를 예단할 수 없는 특징이 있다”고 설명했다. 부산 화명 롯데캐슬 카이저 2차분은 3순위 모집에서만 1만여명의 기록적 구름인파가 운집해 눈길을 끈 바 있다.
부산과 인접한 김해도 비슷한 양상이다. 지난 18일까지 순위내 청약을 마감한 구산동 일동미라주 아파트의 경우, 59㎡형 6개타입 중 절반은 1순위, 나머지는 3순위에서 마감됐는데 E타입(54세대)은 최고 43대 1이라는 깜짝 경쟁률을 기록했다.
3순위 선호현상은 호남에서도 재현되고 있다. 중흥건설이 순천 신대지구에서 지난주 공급한 중흥클래스 2차는 1166세대 메머드급 단지지만 2순위까지 접수된 신청건수는 정작 147건에 불과했다.
그러다 막판에 3000건 가량의 쓰나미가 몰아치며 2.4대 1을 기록, 전평형 마감되는 이변을 연출했다. 같은 시기 30가구(129㎡) 모집을 마친 순천 라송센트럴카운티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1, 2순위 모집에서는 찬바람이 쌩쌩 불다 유독 3순위에서 마감행진이 이어지는 이유는 뭘까. 지방수요자들의 청약통장 사용패턴과 관계가 깊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지방 시장이 상승세를 보이면서 기회를 놓치자니 아깝고, 그렇다고 막상 청약통장을 쓰는 ‘강수’를 두자니 망설여지는 수요자들이 많아서다. 지방의 경우, 청약통장 개념이 약해 가입자 풀 자체가 적은 것도 한몫한다.
실제로 부산ㆍ대구ㆍ광주ㆍ대전ㆍ울산 등 5대 광역시의 청약저축 가입자수(2월 기준, 국민은행집계)는 22만 3744명으로 서울 58만 2834명의 절반도 채 안된다. 진흥건설 관계자는 “지방은 청약 1순위 자격을 갖춘 사람도 많지 않아 청약통장이 계약의 걸림돌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실장은 “최근 분양된 부산 등 지방일부 신규공급아파트는 주변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에 분양돼 일대 수요자들이 가격 상승여력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특히 3순위는 100만원 정도의 청약신청금만 있으면 누구나 접수할 수 있어 진입장벽이 낮다”고 말했다.
김민현 기자/ kie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