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물가의 고삐가 완전히 풀렸다. 이른바 ‘미시적 대응’이라 불리는 정부의 인위적 가격통제, 기준금리 인상을 통한 통화당국의 유동성 조절 노력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개월 연속 4%대를 기록했다.
이제 남은 대응은 환율 뿐. 달러화에 대한 원화값을 올려 원유 등 국제원자재 수입 인플레이션 압력을 낮춰야 한다. 수출 기업에는 타격을 줘 경제성장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지난 3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리먼사태 이후 처음으로 심리적 저항선이자 ‘빅피겨(큰 숫자 단위)’로 인식된 1100원선 아래로 떨어진 것은 외환시장 참가자들이 정부의 이런 입장을 간파했기 때문이다. 정부와 통화당국의 최대 아킬레스건이 물가라는 걸 알기 때문에 시장개입의 경계심이 약화된 것이다.
대내외 변수를 고려하면 원/달러 환율의 방향은 무조건 아래쪽 흐름이다. 유럽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임박하면서 달러화 약세가 대세로 굳어지고, 다시 신흥국으로 환류하는 외국인 자금의 흐름이 원화강세(환율 하락)의 주요 요인이다. 오석태 SC제일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상무)는 “원화는 미 달러화에 비해 명백히 저평가돼 왔다”며 “경상수지 픅자와 빠른 경제성장 한국은행의 긴축 통화정책에 따른 외국인 자금 유입 잠재력 또한 원화 절상에 우호적인 환경”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원화값은 어느 수준까지 치솟을까.
외환당국이 원화강세를 용인하는 분위기라 해도 환율의 급격한 하락을 두고 보진 않을 것이다. 환율의 변동성을 줄이기 위한 스무딩 오프레이션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박형중 우리투자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다만 “정부가 물가 상승세 완화를 위해 환율을 정책 수단의 하나로 사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인위적인 시장개입을 최대한 자제할 것”으로 전망했다.
외환 전문가들은 앞으로 원화 환율이 최근 5년간 평균 환율인 60개월 이동평균선 1090원과 심리적 지지선인 1080원선이 어떻게 되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향후 환율 흐름은 당국의 개입도 변수지만 글로벌 증시의 조정여부가 관건”이라며 “1080원선 의미있는 지지선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오전 9시 50분 현재 전날보다 0.60원 오른 1097.30원에 거래되고 있다. 개장가는 1096.20원이었다.
<신창훈 기자 @1chuns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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