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부(주심 김지형 대법관)는 LG전자에 근무 중 사내비리를 고발했다가 ‘왕따’를 당한 뒤 해고된 정모(48)씨가 회사를 상대로 낸 해고 등 무효확인 소송에서 원심을 깨고 원고패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고 3일 밝혔다.
재판부는 “승진에서 탈락한 정씨가 사회적으로 상당한 수준의 항의를 넘어 상급자들에게 자신을 진급시켜주지 않으면 대표이사에게 투서하겠다고 압력을 행사하는 등 회사내 복무질서를 문란하게 한 데서 사건이 발단됐다”고 밝혔다.
이어 “정씨가 해고당하기까지 10여개월 동안, 많게는 하루 녹음테이프 3개 분량으로 동료직원이나 상사와 대화내용을 몰래 녹음했다”며 “부당한 대우에 관한 증거를 확보하려 했다는 동기를 참작하더라도 부당 대우에 대한 항의를 넘어 스스로 회사와 동료직원과의 신뢰 관계를 파괴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해고 이후 주주총회 개최를 방해하기도 한 정씨의 행위는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게 한 책임이 있어 해고가 징계재량권 범위를 넘어섰다고 볼 수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1996년 사내 비리 의혹을 회사 감사실에 제보한 정씨는 과장 진급에서 누락되자상급자들과 심한 마찰 끝에 간부의 지시로 사내에서 왕따를 당하다가 2000년 결국 해고됐다.
정씨는 회사의 해고 조치에 반발해 법원에 소송을 내고 10년 동안 복직 투쟁을 벌여 1심에서는 패소했으나 지난해 2월 2심에서는 “회사가 든 해고사유 가운데 근무태만 등은 근거가 없다”며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았다.
<홍성원 기자@sw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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