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이후, 이명박 정부의 지방홀대 정책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부산 광복로 일대에서는 3일 저녁 1만여명의 시민들이 참여한 가운데 정부의 지방홀대 정책을 규탄하는 촛불집회가 열렸으며, 밀양에서도 시청앞 광장에서 시민 100여명이 31일부터 촛불집회를 이어오고 있다. 대구경북지역 또한 오는 8일 정부를 규탄하는 대규모 촛불집회를 계획하고 있다.
부산 촛불집회를 주최한 가덕도신공항유치 범시민비상대책위원회는 3일 오후 7시부터 집회를 갖고, 정부의 신공항 백지화가 철회될 때까지 집회를 이어가기로 했다.
비대위 관계자는 “동남권 신공항 본질은 한계에 달한 김해공항을 가덕도 해안으로 이전해 허브공항을 건설하는 것이었지만, 정부의 신공항 백지화는 짜맞추기식 형식적 입지평가였고 평가 점수도 엉터리”라며 “부산시민들은 이번 정부 결정을 수용할 수 없고, 시민의지를 모아 김해공항 가덕도 이전을 쟁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2025년이면 김해공항이 포화상태가 되고, 10년 이상 소요되는 공항 건설기간을 고려할 때 신공항 건설이나 김해공항 이전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면서 “부산시민을 힘을 모아 김해공항 가덕도 이전을 추진해 부산의 의지를 보여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의 신공항 백지화 발표에 분노한 100여명의 경남 밀양시민들이 31일 저녁부터 시청 앞 잔디광장에서 국민을 우롱한 정부를 규탄하며 신공항 백지화 철회를 요구하는 촛불집회를 갖고 있다. 130여개 시민ㆍ사회단체로 구성된 밀양시민연대는 신공항 백지화 반대 촛불집회를 열면서 정부의 잘못된 결정을 규탄하는 시민운동도 전개할 계획이다.
오는 8일부터 금요일마다 대규모 촛불집회를 예고하고 있는 대구ㆍ경북지역 시민단체 관계자는 “경제적 타당성 결여된다고 판단한 것은 아직도 지방의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것”이라며 “정부의 신공항 백지화를 무효화 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전개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명박 대통령의 신공항 백지화 관련 기자회견 이후 정부 정책에 대해 지방자치단체의 날선 비난도 쏟아지고 있다.
부산시는 정부의 입지선정위원회가 발표한 평가결과에 대해 ‘졸속 평가’라고 규정하고 ‘조작 의혹’까지 제기하는 등 파문을 키워가고 있다. 부산시는 가덕도 후보지가 고정장애물이나 소음 영향이 거의 없는 해상임에도 평가결과 낙제점을 받은 것은 이번 평가 결과가 얼마나 정치적 결정인지를 한눈에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정치적인 의도가 개입되지 않고 평가가 제대로 됐다면 가덕도가 밀양을 크게 앞지르면서 신공항 후보지로 결정됐을 것”이라며 “동남권 신공항 건설이 사실상 무산된 만큼 지금부터는 부산시 독자적으로 김해공항의 가덕해안 이전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대구ㆍ경북ㆍ경남ㆍ울산 등 영남권 4개 시ㆍ도는 정부의 신공항 포기선언에 반발하며 신공항 입지 재평가와 민자유치 등을 통한 대안 마련에 나섰다.
김범일 대구시장은 “영남권 주민의 오랜 염원을 저버린 ‘영남권 신공항 백지화’ 결정 및 그 결정과정에 대해 강력히 항의한다”며 “영남권 4개 시ㆍ도는 오늘의 시련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밀양 신공항 건설이 이뤄질 때까지 하나가 돼 더욱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김두관 경남도지사는 “정부의 국정운영은 국민의 신뢰를 잃고 말았다”며 “국가의 중요한 정책결정 사항이 정치논리에 의해서 좌초된 것이며, 정부정책 결정의 잘못을 지방과 주민에게 넘긴 것으로 남부권 2000만 주민들을 무시한 처사”라고 비난했다.
<윤정희 기자 @cgn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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