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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위 0.1% 재벌가 여자들...카메라로 들춰보니
한때 유명 톱스타였던 A가 재벌가에 시집갔을 때 그녀를 둘러싼 흉흉한 소문이 돌았다. 다른 가족들은 영어로 얘기하는데 A만 대화에 못 끼어들어 왕따라는 둥, 사람들을 못 만나게 단속해서 외출도 제대로 못하고 갇혀산다는 둥. 그만큼 일반인에게 공개되지 않은 (재벌가의) 일상이었기에 오해를 살 여지가 많았다. 그리고 이런 뒷이야기는 소문으로만 들을 뿐 일반인들이 경험할 기회는 없었다.

하지만 요즘 TV를 보면, 재벌가의 속살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얼마 전 종영한 ‘욕망의 불꽃’(MBC)부터 ‘마이더스’(SBS), ‘로열패밀리’(MBC) 등 재벌가를 다룬 드라마들은 백마탄 왕자님의 터전이던 재벌가의 피상적인 묘사에 구체적인 이야기를 더했다.

현실의 재벌을 떠올릴 만한 내용도 자주 등장한다. 몇몇 드라마는 최근 재계에 불고 있는 ‘재벌 딸들의 전성시대’ 트렌드를 반영한다. 

‘마이더스’의 유인혜(김희애)는 헤지펀드를 운영하는 론아시아 대표로 몇천억원 규모의 투자도 거뜬한 재력가다. 그녀는 아버지의 유산을 상속받기 위해 오빠들과 겨룰 정도로 배포가 크고, 무능한 오빠들보다 사업 수완도 좋다. 유인혜의 극중 모습은 주식 평가액만 1조8000억원대, 한국 여성 최고 부자로 꼽히는 신세계그룹 이명희 회장을 연상케 한다. 그 외 삼성가의 맏딸 이부진 호텔신라ㆍ삼성에버랜드 사장, 둘째딸 이서현 제일모직ㆍ제일기획 부사장, 조현아 대한항공 전무, 김성주 성주인터내셔널 대표 등 실제 재벌 딸들의 활발한 활약상을 극중 에피소드에 반영했다.

극중 재벌가 며느리들의 활약도 눈에 띈다. ‘로열패밀리’의 김인숙(염정아)은 JK의 며느리에서 그룹의 퀸으로 오른 인물.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 한진해운 최은영 회장 등 재계에서 활약 중인 ‘며느리 파워’를 반영한다. 특히 남편인 정몽헌 회장의 자살 이후 놀라울 정도로 사업 수완을 발휘한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의 모습이 연상된다.

그 외에도 ‘로열패밀리’에서 극중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 ‘딜랑’의 입점을 위해 경쟁을 벌이는 모습은 실제 삼성과 롯데의 루이비통 입점 전쟁을 방불케 한다. 실제 삼성가의 맏딸인 이부진 대표와 롯데가의 맏딸인 신영자 대표 간 경쟁 구도로 주목을 받았으며, 극중 명품 브랜드의 입점을 놓고 여자들끼리 벌인 전쟁이라는 점이 묘하게 일치한다.

재벌가의 구체적인 생활방식이나 환경도 구체적인 묘사를 더했다. 집은 본가와 별가로 나뉘었고, 집안 내 피트니스 클럽과 수영장이 있고, 와인바에는 상주하는 소믈리에가 있다. 집사와 메이드도 수십명이다. 언제든 위기에 대처할 수 있게 각 분야 전문가들이 항시 대기 중이다. 

드라마가 판타지를 기반으로 하다 보니, 파격적인 내용도 적지 않다. 자신의 며느리를 이름 대신 ‘K’라고 부르고, 시어머니를 “여사님”이라고 부르는 기이한 상황이 연출되는가 하면, 사랑하는 남편을 잃고 바닥에 쓰러져 우는 며느리를 보고는 “저거 치워”라는 싸늘한 지시를 내리는 시어머니도 등장한다.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모든 것을 내려놓는 안락한 공간인 집이 상위 0.1%의 재벌가에서는 냉혹한 사회의 축소판으로 그려진다. 극중 JK그룹 회장이 유력 대선후보와 만나 금산분리법 등을 거론하고, 선거자금을 지원한다는 내용의 서약서를 작성하는 모습도 그려진다. 보다 구체적인 것은 호텔이나 차 안이 아닌 비행기 1등석에서의 만남. 두 사람이 나란히 앉아 상징적인 대화 몇 마디를 주고받고 축배를 드는 모습은 재벌극이 보여줄 수 있는 아슬아슬한 볼거리다.

이처럼 재벌가의 구체적인 묘사가 늘고 있는 이유에 대해 ‘로열패밀리’의 한희 책임프로듀서는 “재벌은 우리가 갖지 못한 일상생활에서의 파워를 갖고 있다. 이런 부분들을 보여주기 위해 스토리가 극적으로 간다”며 “시청자들이 극적 스토리를 좋아하다 보니 재벌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민선 기자@bonjod08>bonjo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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