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요즘 TV를 보면, 재벌가의 속살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얼마 전 종영한 ‘욕망의 불꽃’(MBC)부터 ‘마이더스’(SBS), ‘로열패밀리’(MBC) 등 재벌가를 다룬 드라마들은 백마탄 왕자님의 터전이던 재벌가의 피상적인 묘사에 구체적인 이야기를 더했다.
현실의 재벌을 떠올릴 만한 내용도 자주 등장한다. 몇몇 드라마는 최근 재계에 불고 있는 ‘재벌 딸들의 전성시대’ 트렌드를 반영한다.
극중 재벌가 며느리들의 활약도 눈에 띈다. ‘로열패밀리’의 김인숙(염정아)은 JK의 며느리에서 그룹의 퀸으로 오른 인물.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 한진해운 최은영 회장 등 재계에서 활약 중인 ‘며느리 파워’를 반영한다. 특히 남편인 정몽헌 회장의 자살 이후 놀라울 정도로 사업 수완을 발휘한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의 모습이 연상된다.
그 외에도 ‘로열패밀리’에서 극중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 ‘딜랑’의 입점을 위해 경쟁을 벌이는 모습은 실제 삼성과 롯데의 루이비통 입점 전쟁을 방불케 한다. 실제 삼성가의 맏딸인 이부진 대표와 롯데가의 맏딸인 신영자 대표 간 경쟁 구도로 주목을 받았으며, 극중 명품 브랜드의 입점을 놓고 여자들끼리 벌인 전쟁이라는 점이 묘하게 일치한다.
재벌가의 구체적인 생활방식이나 환경도 구체적인 묘사를 더했다. 집은 본가와 별가로 나뉘었고, 집안 내 피트니스 클럽과 수영장이 있고, 와인바에는 상주하는 소믈리에가 있다. 집사와 메이드도 수십명이다. 언제든 위기에 대처할 수 있게 각 분야 전문가들이 항시 대기 중이다.
이처럼 재벌가의 구체적인 묘사가 늘고 있는 이유에 대해 ‘로열패밀리’의 한희 책임프로듀서는 “재벌은 우리가 갖지 못한 일상생활에서의 파워를 갖고 있다. 이런 부분들을 보여주기 위해 스토리가 극적으로 간다”며 “시청자들이 극적 스토리를 좋아하다 보니 재벌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민선 기자@bonjod08>bonjod@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