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이 국민참여재판 배심원들의 만장일치 평결을 받아들여 선고했다면, 결정적 증거가 없는 이상 항소심은 이를 함부로 뒤집어서는 안 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차한성 대법관)는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된 축산물유통업체 직원 문모(48)씨에 대해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4일 밝혔다.
재판부는 “국민참여재판 결과는 새 증거조사에서 그에 명백히 반대되는 충분하고도 납득할 만한 사정이 나타나지 않는 한 한층 더 존중해야 하며 함부로 뒤집어서는 안된다”고 판시했다.
이어 “1심은 피해자와 목격자 등 여러 관련자를 증인으로 신문한 뒤 배심원 7명이 만장일치로 한 평결과 같이‘살인의 고의가 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는데, 원심은 새로운 증거조사도 없는 상황에서 피고인이 최소한 미필적으로나마 살인의 고의가 있었다고 판단하고 살인미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증거재판주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했다”고 덧붙였다.
문씨는 2009년 10월 냉장고 사용문제로 이웃 업체 사장 김모 씨와 다투다 축산물 해체에 쓰는 작업용 도끼를 휘둘러 전치 2주의 상처를 입힌 혐의로 기소됐다.
배심원 7명의 만장일치 의견을 전달받은 1심은 “문씨가 도끼날로 내리쳤는지 뒷부분으로 쳤는지 당시 상황을 놓고 진술이 엇갈리고, 20년간 사용한 작업용 도끼를 살인 의도를 갖고 휘둘렀다면 가벼운 상처로 그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점을 종합하면 살인의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을 적용해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은 별다른 증거를 제시하지 않은 채 “(피해자의)상처가 경미한 것은 공격을 피하기 위해 물러났기 때문이고, (문씨에겐)최소한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며 살인미수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홍성원 기자@sw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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