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그룹들이 부를 대물림하는 방식으로 가장 많이 쓰는 방법은 무엇일까.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재벌닷컴에 따르면, 자산순위 30대 그룹 가운데 총수 자녀가 대주주로 있는 20개 비상장사의 내부거래 비중이 거의 절반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이들 20개 비상장사의 총 매출 7조4229억원 가운데 계열사 매출이 3조4249억원으로 집계됐다. 내부매출 비율이 46.1%나 된다는 의미다.
이는 재벌그룹 계열사들이 총수 자녀가 대주주인 비상장사에 거래물량을 대거 밀어준 사실을 의심케 하는 부분으로, 결국 재벌그룹 20곳이 비상장 계열사에 특혜를 베푸는 방법으로 부를 대물림했다는 것으로 유추해볼 수 있다
장형진 영풍그룹 회장의 장남 장세준씨 등 자녀가 지분 33.3%를 보유한 영풍개발은 지난해 전체 매출 132억원 중 계열사간 매출이 130억원으로, 무려 98.1%나 됐다. 영풍그룹 계열사 건물관리 회사인 영풍개발은 지난해 18억6000만원의 순이익을 올려 주당 3만원의 고액 배당을 했다.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의 장·차녀가 지분 18.61%를 보유한 식음료 업체인 롯데후레쉬델리카도 지난해 매출 584억 중 계열사간 거래액이 569억원으로 97.5%에 달했다. 롯데그룹을 등에 업은 롯데후레쉬델리카는 2000년 37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이 설립 10년만에 16배로 증가했다.
이밖에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의 아들 이현준씨 등이 대주주로 있는 티시스의 내부 매출액이 90.5%, 이준용 대림산업 명예회장의 장남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이 최대주주인 대림I&S의 내부 매출 비율도 82.4%로 높았다.
허창수 GS그룹 회장의 장남 허윤홍씨 등 자녀가 지분 100%를 보유한 GS아이티엠이 80.8%, 강덕수 STX그룹 회장의 두 딸이 대주주인 STX건설이 75.6%,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자녀가 대주주인 현대UNI가 63.6% 등의 내부 매출액을 기록했다.
국내 재벌 1, 2위 그룹의 비상장사 내부거래 비중도 만만치 않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장남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 등이 대주주인 삼성SDS는 내부 매출비율이 36.7%였고,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장남 정의선 현대차부회장이 대주주인 현대엠코는 57.3%였다.
이밖에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의 자녀가 대주주인 동양온라인이 56.5%,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의 자녀가 대주주인 노틸러스효성이 35.4%,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자녀가 대주주인 한화에스앤씨가 54.3%의 내부 매출비율을 나타냈다.
이같은 밀어주기식의 특혜로 재벌그룹 계열 비상장사는 고속 성장을 보장받는다. 실제로 해당 20개 기업의 실적은 5년 사이 평균 3.27배로 급증했다. 그리고 이런 식의 경영으로 대주주인 총수 자녀들은 거액의 배당을 매년 손쉽게 챙겨간다.
조사대상 20개 비상장사 중 지난해 배당을 한 곳은 10개사. 이 중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현대엠코에서 125억원,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 등은 삼성SDS에서 31억원,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은 대림I&S에서 21억원의 배당금을 각각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윤희진 기자/jji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