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왔지만 올해 농심(農心)은 유독 퍽퍽하다. 국제유가와 곡물가의 급등 후폭풍이 몰아치면서 농사짓는 비용은 널을 뛰는 반면 지난해 급등했던 농식품 가격은 제자리를 찾으면서 농가의 채산성이 상당폭 악화될 전망이다.
4일 농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여름만해도 리터당 800원선을 오가던 농업용 면세유의 가격은 지난달 말 기준으로 1100원을 훌쩍 넘어섰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10달러선까지 치솟으면서 면세유 가격도 어쩔수 없이 상승했다.
정부와 각 지자체가 여러가지 형태로 보조를 하겠다고 나서고 있지만 기본 단가 자체가 올라가다 보니 농민들 입장에서는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일부 농가에서는 면세유로도 감당을 하지 못해 난방용 기름을 안써도 되는 노지형 작물로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작목을 변경하는 사례도 적지않게 발생하고 있다.
국제유가 상승은 농자재 값 급등으로도 이어진다. 단적으로 하우스에 쓰이는 필름 값도 지난해 보다 20% 이상 올랐다. 게다가 국제 곡물가 상승으로 비료값은 올해 두자리수 상승이 예상되고 있고, 작물에 투여하던 영양재등의 가격도 이미 만만치 않게 오른 상황이다.
반면 배추, 무, 마늘, 양파, 양배추 등 주요 작물들의 가격은 지난해의 기록적인 강세에서 벗어나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농산물 가격이 많이 올라도 농민들보다는 산지유통인이나 도소매업체들이 돈을 버는 구조이기 때문에, 지난해 농산물 가격 폭등으로 농민들이 크게 돈을 번 것은 아니다.
하지만 농산물 가격이 하락하고 수요는 크게 늘지 않으면서 농민들 손에 들어오는 판매대금은 지난해보다 줄어들었다는 설명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최근 내놓은 ‘2011 상반기 농정전망’에서 올해 농가판매가격지수를 지난해 대비 3.2%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농가가 내다파는 농산물의 가격이 지난해보다 3% 정도 낮아질 것이라는 이야기다.
반면 올해 농가의 투입재 가격은 3.4% 늘어날 것으로 봤다. 농업노임도 4.4%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에 따라 도농간 소득 격차도 더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도시근로자가구 소득대비 농가소득은 관측대로라면 올해 61.3%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에는 65% 였지만 1년새 3.7%포인트나 감소하는 것이다.
연구원은 이러한 추세가 향후에도 지속되어 도시가구 대비 농가소득이 2016년에는 51.1%로 10년뒤인 2021년에는 44.7%로 더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홍승완 기자 @Redswan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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