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를 잡기위한 정부의 전방위 압박이 한시적 기름값 인하로 나타나면서 잘 나가던 정유ㆍ화학주가 폭락하고 있다.
4일 증시에서 리터당 100원 할인 방침을 발표한 SK이노베이션(096770)이 무려 6%나 곤두박질 친 것을 비롯해, 곧 할인 대열에 동참할 것으로 예상되는 S-오일, GS 등도 5%이상 폭락하고 있다. LG화학과 호남석유화학을 비롯한 석유화학주도 일제히 약세다.
휘발유 1리터당 정유업체의 영업이익이 약 20원으로 알려진 상황에서 5배에 달하는 할인은 2분기 실적에 치명적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는 우려 때문이다.
안상희 대신증권 연구위원은 “단기 조정에 대한 빌미를 제공한 것일 뿐 지속적으로 기업가치를 훼손할 정도의 악재는 아니며 조정기간과 폭도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시장의 우려는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특히 국내 4개 정유사들은 지난 달 말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원적지 관리’와 관련한 담합 심사보고서를 발송받았다. 이번에 담합 사실이 드러나면 과징금은 역대 최고 수준인 1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엎친데 덮친 격이 될 수 있다.
국제유가 상승과 일본 대지진에 따른 수혜의 재료가 정부의 담합조사와 유가인하 압력으로 일순간 소멸되는 분위기다. 특히 그 동안 정유 및 석유화학주의 주가상승 폭이 컸다는 점에서 이번 악재들은 차익실현을 더욱 자극, 주가조정폭을 키울 수도 있을 전망이다.
다만 이번 리터당 100원 할인이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 규모 축소에 영향을 미칠 경우에는 악재의 충격이 다소 줄어들 가능성은 열려 있다.
한편 이인재 KB투자증권 연구원은 “GS칼텍스와 S-Oil도 가격인하에 동참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정유사들이 이번 조치로 부담해야할 비용은 SK이노베이션 2450억원, GS칼텍스 1950억원, S-Oil 84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각 사의 올해 영업이익의 8%, 6%, 3%에 달하는 수준”이라고 추정했다. 특히 대부분의 비용이 2분기에 발생할 것임에 따라 정유사들의 2분기 실적이 크게 하락할 것이라고 이 연구원은 전망했다.
<홍길용 기자 @TrueMoneystory>/kyh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