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실 점거로까지 이어졌던 서울대학교 법인화를 둘러싼 갈등이 대학 본부와 노조측의 양보로 대화 해결 원칙을 확인하며 봉합됐지만 후속 대책이 마련되지 않아 미봉책에 그칠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대학 본부와 노조, 총학생회, 서울대 법인화 반대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 측은 모두 대화 채널을 마련하기 보다 ‘마이 웨이’를 고집하는 방향으로 후속 일정을 마련하고 있다.
공대위는 4일 오전 11시 회의를 통해 현재까지의 상황을 점검하고 장기전에 들어갈 채비를 서두를 예정이다. 100일 넘게 총장실 앞에서 천막을 치고 농성을 진행해온 공대위는 서울대 법인화 법안 완전 폐기만을 목적으로 두고 이를 총선, 대선 이슈로까지 끌고 가겠다며 장기전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총학생회는 오는 9일 서울대입구 지하철 역 앞에서 집회를 열 예정이다. 지난달 31일 총장실 점거에 나섰던 총학생회와 노조는 대학 본부와 함께 대화로 해결하자며 한 발 물러섰지만 양측은 서로 대화할 일정도 잡지 못하고 있다. 대학 본부는 “대화할 방법을 이제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법인화 법안 폐기 등 양측 주장이 대척점에 있어 접점을 마련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공대위, 노조, 총학생회 측과 대학 본부의 갈등은 서울대 법인화 설립준비위원회의 구성을 놓고도 심화될 전망이다. 서울대가 지난달 31일 발표한 준비위의 15명 위원들은 12명이 서울대 출신이고, 2명만 여성이라는 점 등에서 다양성과 균형이 보장될 수 있겠냐는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공대위 상임대표인최갑수 서울대 서양사학과 교수는 “보수적 성향의 인사 일색인 일방적인 선정”이라며 “다양한 의견이 반영되기 어렵고 본부측의 거수기 노릇만 할 가능성이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남익현 기획처장은 “출신 학부만 놓고 다양성을 논하긴 어렵다”며 “서지문 고려대 교수는 여성이고 이화여대 출신의 외부 인사에, 문학을 전공했기 때문에 기초학문 전공자로서의 의견도 낼 수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남 처장은 “외국대학 출신의 김용 다트머스대 총장, 법조계 인사인 송광수 전 검찰총장, 중앙일보 고문을 맡았던 이홍구 전 총리 등 다양한 분야를 포괄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최상의 구성이라고 자부한다”고 덧붙였다.
<도현정 기자@booung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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