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치발 소년 이영호군
뇌변병장애 왼쪽다리 마비밀알복지재단 도움으로 수술
내사시·ADHD 치료도 시급
“제꿈요? 축구선수요. 운동장을 마음껏 달릴 수 있잖아요.”
장래 희망을 묻는 질문에 영호(9)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영호는 태어나서 단 한 번도 축구공을 차본 일이 없다. 뇌병변장애 2급으로 왼쪽다리가 마비되는 경직성 뇌성마비를 앓고 있는 탓에 영호의 왼쪽 발은 늘 ‘까치발’이다. 뛰기는 커녕 발을 땅에 제대로 디딜 수도 없다. 영호의 꿈은 그리 거창하지 않다. 유럽 프리미어리거나 국가대표 선수를 바라지 않는다. 그저 발바닥을 땅에 딛고 숨이 찰 때까지 공을 차며 달려보는 것, 그뿐이다.
4월 장애인의 달을 맞아 서울 구로구 궁동 영호의 집을 찾았다. 뇌병변장애로 9년 동안 까치발로 서 있던 영호는 최근 밀알복지재단의 수술비지원사업으로 하지재건수술을 받았다. 수술 전에는 발을 땅에 딛지도 못했지만 이제는 발을 땅에 딛고 서는 것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계단을 내려갈 때나 집 밖을 나서서 학교까지 제 힘으로 걸어가는 것은 아직도 불가능하다.
제대로 걷기 위해서는 재활치료가 필수지만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재활치료를 받지 못하면 수술의 효과도 점차 미미해질 수 있다. 영호는 사물을 볼 때 눈이 안쪽으로 몰리는 ‘내사시’도 앓고 있다. 왼쪽 눈은 치료를 위해 안대로 가리고 있다. 호흡기질환, 발달지체, 과잉행동장애(ADHD)도 영호를 괴롭힌다. 치료가 필요하지만 다리 재활치료도 하지 못하는 형편이라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가스충전원인 아버지가 일주일 내내 쉬지 않고 일해야 벌 수 있는 150만원의 수입으로 간암과 당뇨합병증을 앓고 있는 외조부모의 치료비까지 감당해야 해 영호의 재활치료는 더욱 어렵다.
어린 나이에 장애를 앓고 있는 아들을 바라보는 어머니 박모(36) 씨는 마음이 아프다. 박 씨는 “저리도 나가서 놀고 싶어하는데 혹시 다칠까봐 뒤따라다니며 계속 못 나가게 말려요. 방에서 텔레비전만 보게 하는데, 미안하죠”라며 안타까워했다. 초등학교 2학년이지만 발달지체와 ADHD를 앓고 있어 또래보다 이해능력이 부족한 것도 어머니의 가슴을 아리게 한다.
밀알복지재단 연보라 사회복지사는 “차상위계층이라 국가 지원금 비율이 적어 ADHD치료비로 1회 3만5000원의 치료비가 필요하다. 한달에 20여만원의 다리 재활치료비용에 ADHD 치료비까지 부담하기에는 영호네 가정형편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영호는 매우 씩씩하다. 수술 이후 간신히 발을 끌며 조금씩 걸음을 걸을 수 있게 된 것이 꿈만 같다. 혼자 계단을 오르내리려다가 3층 계단에서 몇 번이나 굴러 떨어졌지만 “줄넘기도 하고 싶다”며 의욕이 넘친다.
“친구들처럼 뛸 수만 있다면 더 아픈 수술도 몇 번씩 받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다리가 완전히 나아서 마음껏 뛸 수 있으면 좋겠어요.” 영호의 얼굴에는 여느 9살 아이와 같은 맑고 개구진 미소가 피어올랐다. 후원문의 02-3411-4665ㆍwww.miral.org
박수진 기자/sjp10@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