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0일 고등학교 3학년을 대상으로 처음 모의 대학수학능력시험 형태로 치러진 전국연합학력평가에서 수리영역 가형과 과학탐구를 선택한 학생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부터 편의상 문ㆍ이과로 나눠 수업을 듣는 일선 고교의 2학년 학생들도 문과(文科) 대신 이과(理科)를 선택한 경우가 많아 ‘문과의 전성시대’가 끝나고 또다시 ‘이과의 중흥기’가 돌아올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최근 추세와 달리 수리가ㆍ과탐 응시생 증가=4일 입시업체인 이투스교육이 최근 서울시교육청 홈페이지 ‘학력평가자료’란에 게재된 ‘3월 고3 전국연합학력평가’ 채점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수리영역의 경우 이과 학생이 주로 치르는 가형을 선택한 수험생이 총 18만9517명(전체 응시생의 34.8%)으로 지난해 18만3221명보다 6296명 증가한 반면 문과 학생이 주로 치르는 나형을 선택한 수험생은 지난해(36만2775명)보다 7763명 감소했다.
탐구영역의 경우도 마찬가지 양상을 보였다. 유형별로 문과 학생이 주로 보는 사회탐구 응시자가 33만1369명으로 지난해(34만1257명)보다 9888명 줄어든 반면에 과학탐구는 19만6843명으로 지난해(18만9826명)보다 7017명 오히려 늘었다. 고3 전체 응시자도 모두 1963개교 총 55만2172명으로 지난해 응시자(1898개교ㆍ55만5314명)보다 3142명 줄었다.
이 같은 변화는 수학에 대한 부담과 이공계 출신 졸업생에 대한 푸대접 등으로 지난 2000년 이후 대부분 고교에서 문과반이 꾸준히 증가해 왔지만 올해에는 이과생 증가와 수리나형 시험범위 증가(기존 ‘수학Ⅰ’에 ‘미적분과 통계 기본’ 포함) 등의 영향으로 추세가 꺾인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까지 3년간 수리영역 응시생 중 가형 응시자의 비율은 ▷2009학년도 23.1% ▷2010학년도 22.5% ▷2011학년도 21.3%로 감소 추세를 보였다.
하지만 이같이 수리 가형 응시생이 늘어날 경우 이 비율이 반등하는 것은 물론 이과를 택하는 학생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서울 지역 한 자율형 사립고의 경우 올해 졸업생은 13개 반 중 6개(46.2%)가 이과였지만, 고2는 12개 반 중 8개(66.7%)가 이과였다.
오종운 이투스교육 평가이사는 “대학 입시에서 자연계열이 인문계 모집단위에 비해 지원자 수 대비 모집 정원이 많아 진학에 유리하고 대학 이후 취업에도 이공 계열 출신의 문호가 더 넓다는 측면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교육청 출제 학력평가…난이도 신경쓰지 말것”=학력평가의 영역별 표준점수 최고점은 수리나형이 196점으로 가장 높았고, 수리가형 179점, 언어 148점, 외국어는 145점이었다. 영역별 원점수 평균은 100점 만점 기준으로 ▷언어 55.22점 ▷외국어 50.95점이었던 반면 ▷수리가 33.59점 ▷수리나 26.82점으로 다른 영역과 큰 차이가 났다. 영역별 표준편차는 ▷언어 18.64점 ▷수리가 16.92점 ▷수리나 15.24점 ▷외국어 21.85점이었다.
수리영역의 점수가 특히 낮았던 영향으로 등급컷도 곤두박질 치는 등 어렵게 출제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투스교육이 분석한 추정치에 따르면 수리가의 경우 원점수 69점(표준점수 142점)이상이면 1등급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고 2등급은 56점(표준점수 126점)이상이었다. 수리나는 더 낮아져 원점수 59점(표준점수 142점)이상이면 1등급에 들었고, 2등급컷이 47점(표준점수 126점)이었다. 수리영역의 전체 평균이 뚝 떨어지는 바람에 만점자의 표준점수는 수리가 179점, 수리나는 196점까지 올라갔다.
오 이사는 “올해 수능시험이 쉽게 출제된다고 발표된 것과 달리 학력평가는 수리, 언어 등이 어렵게 출제됐다”며 “학력평가 문제가 이미 겨울방학 중에 출제됐기 때문에 정부 발표 내용이 반영되지 못한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평가원이 아닌 교육청이 출제한 것이므로 수험생은 난이도에 신경쓰지 말고 전국 석차만 참조해 수능에 대비하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신상윤 기자 @ssyk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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