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민사사건 항소율이 과거와 비교하거나 다른 나라에 견줘봐도 과도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에 따라 사법부가 민사사건 항소율을 낮추는 방향의 정책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김두얼 연구위원은 4일 ‘우리나라의 민사소송 항소율은 지나치게 높은가?’라는 연구보고서에서 “항소율이 과도하다는 판단은 적절하지 않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08년에 처리된 소송가액 2000만원 이상인 단독 이상 민사사건 33만1891건 중 항소가 제기된 사건은 3만1091건으로 9.4%였다. 이는 지난 30년 간 유지된 평균 항소율(9.5%)과 비슷한 수준이다.
우리나라 항소율이 미국에 비해서는 1.5~3.5배 높지만 우리와 제도가 비슷한 일본과는 별 차이 없다는 것이 보고서의 주장이다. 일본의 항소율은 9.8%이며, 판결사건 중 항소율 비율은 24.4%로 우리나라(13.5%)보다 훨씬 높다.
보고서는 “이같은 결과는 우리나라의 민사소송 항소율이 지나치게 높다고 판단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따라서 항소율이 너무 높다는 인식에 기초해 항소율 하락에 집착하는 정책을 실시할 경우, 분쟁의 원활한 해결을 저해하는 등 적지 않은 부작용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법조계가 소송가액이나 종류 등에 근거해 항소 자체를 제한하는 항소허가제등을 검토하는 것은 분쟁해결의 포기를 강요하는 정책이기 때문에 적절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아울러 ▷소송비용 인하 등 저렴한 분쟁해결방안 제공 ▷판사 증원 등 법조전문인력 관련규제 개선 △판사당 업무부담 경감책 등을 제안했다.
한편 보고서는 지난 30년간 사건 증가에 비해 판사인력은 충분히 늘지 못해 판사 1인당 업무부담이 50% 가량 늘었다고 밝혔다.
<김형곤 기자 @kimhg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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