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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해의 호젓하고 운치있는 ‘클레이아크미술관’ 가보셨나요?
반도의 끝자락, 김해에는 봄 기운이 완연하다.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이 자리잡은 경남 김해시 진례면 둔덕에도 봄꽃들이 활짝 피었다. 뺨을 스치는 바람의 손길도 한없이 부드럽다. 미술관 뒷뜰 호젓한 산책로에는 가뿐한 차림으로 봄마중을 나온 시민들이 눈에 들어온다.

이 화사한 봄날에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관장 임미선)이 다섯 돌을 맞았다. 경남 김해시가 운영하는 클레이아크미술관은 5주년을 맞아 개관 이래 최대 규모의 기획전을 마련했다. 이름하여 ‘테라코타 원시적 미래’전. 지난 1일 개막돼 오는 8월 28일까지 계속될 전시에는 한국, 네덜란드, 노르웨이, 독일, 미국, 영국, 일본 등 7개국에서 15명의 작가가 총 30점(1500피스)의 대작을 선보였다.

김해에 현대도자 전문 미술관이 세워진 것은 가야국의 본거지였던 김해가 예부터 흙과 물이 좋아 도요지로 유명했기 때문. 특히 김해에서 나온 분청사기는 명품으로 손꼽혔다. 지난 5년간 흙을 테마로 다양한 전시를 펼쳐온 클레이아크미술관은 이번에도 각 국의 현대 도예가와 조각가 설치미술가를 초대했다.

오는 8월 28일까지 계속될 전시에서 가장 눈여겨 볼 작가로는 검은색 도자, 일명 흑도(黑陶)로 명성이 높은 원경환과 테라코타 인물조각으로 유명한 한애규가 꼽힌다. 해외 작가로는 흙이 지닌 물성을 에너지화하는 호시노 사토루(일본), 2001 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 공모전 대상을 수상한 후 전세계를 다니며 흙을 통해 인간의 고통을 치유하는 작업을 선보이는 로손 오이칸(영국), 상처받은 현대의 인간군상을 빚어온 아키오 다카모리(일본)가 관심을 모은다. 


전시 타이틀에 쓰인 ‘테라코타’는 이탈리아어로 ‘구운 점토’라는 뜻. 일반적으로 점토에 유약을 바르지 않은 도자기나 조각작품을 지칭한다. 그러나 이번 전시는 이에 국한하지 않고 테라코타를 우리의 삶과 예술과 긴밀히 연속되는 매체로 인식한 작가의 다채로운 작업을 적극 수용했다.

전시는 ▷신비의 정원 ▷진화 ▷타자들 ▷원시적 미래 등 4개 소주제로 짜여졌다. 먼저 조경디자이너 전은정, 도예가 최홍선은 클레이아크미술관의 중앙홀을 ‘신비의 정원’으로 변신시켰다. 미술관에 들어서면 중앙홀의 거대한 유리 돔 아래로 자연채광을 받으며 쭉쭉 뻗은 대나무숲과 배병우 작가의 사진이 병풍처럼 드리워진다. 전은정 작가의 작품으로, 자연을 실내로 끌어들인 차경(借景)적 정원이란 점에서 돋보인다. 전은정은 테라코타로 만든 누마루(정자ㆍ테라스) 오브제를 설치해 관객이 누마루에서 자유롭게 휴식하며 ‘시적인 정원’을 만끽하도록 했다.

두 번째 ‘진화’ 섹션은 이번 전시 중 가장 드라마틱한 코너로, 흙의 기운이 넘쳐나고 있다. 테라코타의 본질인 ‘흙’의 물성을 탐구해온 원경환과 사토루 호시노, 로손 오이칸의 작업은 일단 스케일도 압도적인데다 흙이 주는 강렬함이 보는 이를 압도한다. 특히 벽면을 송두리째 검은 물결로 물들인 사토루 호시노의 작업과 군더더기 없는 간결한 형태의 작품이 유기체를 이룬 원경환의 작업은 멋진 하모니를 선사하고 있다. 


세 번째 전시 ‘타자들’은 아기자기한 스토리가 담긴 테라코타 인물상이 들어섰다. 따라서 좀더 시간을 갖고 찬찬히 작품을 음미할 필요가 있다. 무표정한 얼굴, 헐벗은 몸으로 어딘가를 응시하는 아키오 다카모리의 소년소녀상은 그 기묘함이 관람객의 폐부를 찌른다.

마지막 전시 ‘원시적 미래’에는 이화윤, 주후식, 야세르 발르만 등 총 6명의 작가가 참여해 테라코타에 잠재된 미래적 가능성을 새롭게 모색한 작품 10점(85피스)을 선보이고 있다.

임미선 관장은 “테라코타를 주제로 한 이번 전시는 테라코타의 사회문화적ㆍ생태환경적 측면에서 도예, 조각, 설치, 조경을 망라했다”며 “흙이라는 원초적 재료를 활용한 작가의 무한한 예술적 상상력을 접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라고 밝혔다. (055)340-7000

이영란 기자/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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