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권 신공항 공약을 정면 돌파한 이명박 대통령이 국정 자신감을 바탕으로 ‘마이웨이’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신공항 백지화 발표이후 당초 우려했던 지지도 이탈현상이 보이지 않는 데다, 정치권의 잇단 ‘보신(保身)입법’ 추진이 여론 도마에 오른 것도 국정 주도권 회복의 ‘반사이익’으로 작용했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5일 “신공항 백지화 발표에도 불구하고 40% 중후반대의 탄탄한 국정지지도가 유지되고 있다” 면서 “국익과 경제성을 고려한 고뇌어린 결정이 지지세력의 결집을 불러왔고, 청와대가 정치권의 제밥그릇 챙기기 입법에 제동을 건 것도 긍정적 요인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청와대는 최근 국회가 추진하거나 통과시킨 정치자금법 개정안과 공직선거법 개정안, 상법 개정안 등을 공정사회에 위배되는 정치권과 기득권 세력의 보신입법으로 간주하고, 연이은 반대 의견으로 민심을 파고 들었다.
이 대통령의 국정 자신감은 최고 국정책임자의 고유 권한인 인사권 행사에서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이 대통령은 4일 단행한 국정원 인사에서, 원세훈 국정원장 교체를 요구한 정치권의 의견을 받아들이는 대신 원 원장이 올린 인사파일 목록(1, 3차장 교체)을 그대로 수용, 국정원장에 대한 변함없는 신뢰를 보냈다.
신공항 백지화의 책임을 물어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을 경질해야한다는 여당 중진들의 요구에도 “이 문제는 대통령 출마한 후보인 이명박 저에게 책임이 있지 내각이나 청와대에는 책임이 없다”며 현 내각과 참모들에게 힘을 실어줬다.
이 대통령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잦은 인사교체는 글로벌 시대에 맞지 않다” 며 정치권의 개각 요구를 면박하는 발언도 했다.
이에 따라 대북 정책과 4대강 사업 등 MB정부의 국정 현안들은 현 기조를 유지한 채 더욱 공고화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과학비즈니스벨트와 LH공사 등 남은 국책사업 입지와 관련해서도 정치 논리는 철저히 배제될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내부에서는 그러나 이 대통령의 이같은 일방통행식 국정운영 스타일이 오히려 레임덕(권력누수현상)을 앞당기는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뼈있는 지적들을 내놓고 있다.
당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정치권 또는 정치논리와의 차별화를 통해 일시적으로 국정 주도권을 회복할 수는 있겠지만 어차피 국정은 정치로 풀어야 한다” 면서 “참여정부 때도 그랬지만 당의 요구가 지금처럼 계속 묵살될 경우 당청간 긴장관계가 조성되고 정치권은 차기 권력으로 급속히 눈을 돌리게 된다”고 지적했다.
<양춘병기자@madamr123> ya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