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트디부아르에 민주정부를 세우는 그날까지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
서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에서 대선 결과 불복으로 4개월간 지속되고 있는 유혈사태의 소용돌이 속에 유엔평화유지군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한국인이 있다. 바로 최영진 유엔사무총장 특별대표다. 그는 한국인으로는 유일하게 아프리카 분쟁의 해결사 역할을 하고 있다.
코트디부아르, 이름도 위치도 생소한 국가지만 국제사회는 이 나라의 내전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코트디부아르가 아프리카 민주화의 시험대이기 때문이다.
지난 2007년 11월부터 유엔 평화유지 활동의 총책임자로 코트디부아르 수도 아비장에 머물러온 최 대표는 지난해 코트디부아르 대선을 감시하라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소명을 받았다. 그는 정정 불안으로 5년이나 미뤄져온 코트디부아르 대선을 지난해 11월 28일 무사히 치러냈지만 로랑 그바그보 대통령의 대선 결과 불복으로 사태는 내전으로 치달았다. 그바그보 대통령은 5만5000여명의 군인을 이용해 아비장을 무력 장악하고 민간인과 유엔평화군을 중화기로 공격해 수백명을 희생시켰다.
이에 대해 국제사회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에 따라 그바그보 대통령의 군대를 무력화하기 위해 대규모 군사작전에 나섰다. AFP 등 외신은 유엔과 코트디부아르 주둔 프랑스군의 리콘부대가 4일(현지시간) 아비장에 있는 대통령궁과 대통령관저, 군기지를 공격했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국제사회의 군사개입을 최종 승인한 반 사무총장의 ‘믿을맨’이 바로 최 대표다. 최 대표와 반 사무총장의 인연은 각별하다. 최 대표는 한국 외무고시 6기로 반 총장이 외교부 장관 시절 차관으로 일하며 호흡을 맞췄다. 2005년에는 유엔 주재 한국대사로 임명돼 반 총장의 사무총장 당선을 이끌었다. 최 대표는 2007년 반 총장의 특별대표로 임명된 후 아프리카연합(AU)은 물론 코트디부아르 현지 상황을 장악해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최 대표는 올해 초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코트디부아르 사태와 관련, “멀고 험난한 길이 될지 모르지만 한국인 특유의 끈기와 참을성으로 임무를 달성하겠다”고 말했다.
그가 그바그보의 퇴진을 관철시켜 아프리카 민주정부의 모범사례를 남길 수 있을지 국제사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천예선 기자/che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