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신용대출금리의 상한선을 법으로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법안이 봇물터지듯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금융권에서는 4ㆍ27 재보궐 선거를 앞둔 포퓰리즘 법안이란 지적이 많다. 일부는 의도는 좋지만 실현 가능성이 적고, 시장원리에 어긋나는 법안들이 나왔다는 지적도 빼놓지 않는다. 금융정책당국도 방법이야 어떻든 교통정리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계류 중인 금리법안만 5개=5일 국회와 금융당국에 따르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신용대출 금리 제한과 관련된 법안은 모두 5개다. 국회 상임위 법제사법위원회에서 4개, 정무위원회에서 1개의 개정안이 발의됐다. 이범래 한나라당 의원의 이자제한법 개정안은 한나라당 서민정책특별위원회에서 공동으로 발의한 내용으로 모든 금융회사의 대출 금리를 연 30%로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상법상의 이자제한법을 금융회사까지 포괄ㆍ확대해 대부업법보다 우선 적용토록했다.
박병석 민주당 의원 역시 지난 해 10월 이자제한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역시 대출거래의 최고 이자율을 30% 이하로 제한하자는 내용이지만 대부업법의 적용을 받는 등록금융기관은 제외하고 있다. 임영호 자유선진당 의원도 이같은 내용으로 개정안을 발의했다. 박선숙 민주당 의원은 수신 기능이 있는 금융회사에 대해선 최고 금리를 연 30%로 제한하고, 수신기능이 없는 여신전문회사에는 최고 금리를 40%까지 허용하자는 대부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개정안에는 미등록 대부업체들이 받을 수 있는 이자상한선을 연 6%로 제한하는 내용도 담겨 있다.
▶입법 위해선 교통정리 필요하다=국회 전문위원들은 이들 법안이 모두 서민경제 안정을 위한 것이라는 데 동의하지만 법체계상 상법의 영향을 받는 이자제한법과 특별법 성격의 대부업법이 충돌하고 있어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와함께 거의 유사한 내용의 법안이 줄줄이 법사위에 올라있는 점을 꼬집으면서 좀 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시장을 무시할 수 없는 정부 입장 역시 신중론에 가깝다. 일부 이자제한법안이 대부업법 최고 상한 이자(연 44%)보다 낮게 책정돼 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현재 대형 등록대부업체들의 마진을 제외한 평균 영업금리가 36%라는 점에 비춰볼 때 30% 이자제한은 대부업계의 붕괴와 함께 이들을 이용하던 저신용층의 사금융 시장 유입을 조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박병석 의원의 이자제한법을 제외한 나머지 법안은 벌칙규정을 담고 있지 않아 위반에 따른 강제처벌이 어렵다는 점도 금융당국이 걱정하는 부분이다. 대부업협회 측은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현실을 고려하지 않는 포퓰리즘 법안이라는 원색적 비난도 숨기지 않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리가 시장원리에 따라 결정되는 만큼 법안으로 획일화하긴 어렵다”며 “국회가 정부안 및 공청회 등을 거쳐 좀 더 신중하게 법안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박정민 기자@wboh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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