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로 공병(空甁)검사장비를 국산화한 업체의 전 영업이사가 일본 경쟁사로 제조기술 및 영업비밀을 빼돌려 수천억원대 손실을 입힌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5일 국내 공병검사장비 국산화 개발 전문 기업인 P사의 제조기술과 영업비밀을 일본 경쟁사로 빼돌려 4000억원대 손실을 입힌 혐의(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전 영업이사 장모(43)씨와 전 기술지원과장 김모(37)씨를 불구속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장씨는 P사 영업이사로 일하던 2007년 1월께 일본 K사로부터 스카우트 제의를 받고 공병검사 장비 제조 기술을 몰래 빼내 이직했다. 장씨는 당시 기술지원팀 과장으로 일하던 김씨에게 장비 개발 기술 및 마케팅 정보 등 영업비밀을 빼돌리고 이직할 것을 권고, 김씨는 2008년 1월께 P사의 공병검사 장비 도면과 영업비밀 자료를 노트북에 저장해 유출한 후 일본 K사에 기술지원과장으로 입사했다.
경기도 광주에 위치한 P사는 1997년에 설립돼 기술혁신형중소기업 및 수출유망중소기업으로 선정돼 정부로부터 10억원을 투자받는 등 전도유망한 공병검사 장비 국산화 개발 전문기업이었다.
P사는 설립 후 5년 동안 기술 개발 등에 60여억원을 투자한 결과 2002년 국내 최초로 공병검사 장비를 국산화하는데 성공했다. 일본 K사는 이전까지 한국시장을 독점하고 있었으나 P사의 국산화 성공이후 국내 영업이 거의 중단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이번 공병검사 기술 유출로 향후 5년간 약 4000억원 상당의 손실을 예상하고 있다.
경찰은 일본 K사 대표 F씨 등이 P사와 같은 공병 검사 장비를 생산ㆍ판매하고 마케팅 정보를 이용해 한국과 중국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장씨 등아 유출한 기술자료와 마케팅 정보를 사용하고 이들을 모두 고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영업비밀을 부정하게 사용한 K사 대표와 한국지점장등 2명을 현재 지명수배한 상태다.
경찰은 국내 원천기술이 해외로 유출돼 피해를 입는 중소기업들이 추가로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우리나라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비해 기술보호에 대한 투자가 부족하여 기술유출의 위험이 크다”며 “중소기업 기술유출사범에 대한 수사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ssujin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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