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1년 군사정권 시절 부산지역 최대 용공(容共) 조작사건인 부림(釜林)사건 피해자들이 사건 발생 30주년을 맞아 당시 자신들에게 폭력을 가했던 경찰관들을 검찰에 고소했다.
고호석(54) 씨 등 부림사건 피해자 14명은 5일 오전 부산지검에 불법으로 체포, 감금, 폭행한 전 부산지방경찰청 대공분실장 이모씨 등 경찰관 2명을 불법감금 등의 혐의로 고소하는 고소장을 제출했다.
이들은 당초 경찰관 3명을 고소할 계획이었으나 최근 숨진 것으로 확인된 1명은 제외했다. 이들 전직 경찰관들은 사건 당시 ‘내외문화사’라는 간판을 단 부산경찰청 산하 대공분실에서 ‘전무’로 불렸던 이 모 씨와 ‘상무’ 호칭으로 통했던 또다른 이 모 씨 등이며 현재는 둘 다 경찰을 떠난 상태다. 피해자들은 당초 ‘부장’으로 불리며 가장 많이 고문ㆍ폭행을 자행했던 송 모 씨도 함께 고소하려 했으나 당사자가 사망한 것으로 확인돼 제외됐다.
고소장에 의하면 피해자들은 1981년 7~8월경 구속영장 없이 대공분실로 연행돼 20~60일간 불법감금ㆍ체포된 상태에서 고문과 폭행을 당했다. 피해자들이 당한 가혹행위는 잠 재우지 않은 상태에서 곡괭이 자루나 경찰 방망이 같은 도구를 이용해 무차별 폭행을 당했고, 팔과 다리 사이에 넣은 곡괭이를 책상에 걸쳐 놔 대롱대롱 매달리게 하는 이른바 ‘통닭구이’ 등으로 잔인한 고문행위가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부림사건은 공소시효인 10년을 훨씬 넘겨 가해자들을 처벌할 수 없는 상황이다. 공소시효 만료에 대해 고씨는 “순수한 법 논리로 보자면 시효가 지났지만 공권력에 의한 반인륜 범죄를 법 논리에만 연연해서는 안된다”면서 “고문ㆍ폭행 등의 범죄가 저질러졌다는 사실이 인정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부림사건이 발생한 지 30년이 지났지만 아직 조작사건의 정의와 화해가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이 부분을 정확하게 정의하지 않으면 인권신장 등이 담보될 수 없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고소하게 됐다”고 말했다.
고소인 14명에는 고호석 전 전교조 부산지부장과 김재규 전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이사장,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 설동일 노무현재단 부산지역위원회 운영위원장 등이 포함돼 있으며, 이들에 대한 변호는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인 정재성 변호사 등이 맡았다.
■부림사건(釜林事件) = ‘부산 학림(學林)사건’이라는 뜻에서 붙여진 말이다. 1981년 공안 당국이 사회과학 독서모임을 하던 학생과 교사, 회사원 등 22명을 영장 없이 체포해 불법 감금하고 고문해 기소한 부산 지역 사상 최대의 용공조작 사건으로 이후 민주화운동으로 인정을 받았다. 당시 김광일, 문재인 변호사와 함께 변론을 맡았던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이 사건을 계기로 인권변호사의 길을 걷게 됐다
<윤정희 기자 @cgnhee>cgnh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