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서구에 사는 주부 강모(42세) 씨는 며칠 전 동네 슈퍼마켓에서 자녀 간식용으로 아이스크림을 구입하다 깜짝 놀랐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700원(155㎖)하던 롯데삼강의 ‘구구콘’이 ‘구구콘 스타(170㎖)’로 이름이 바뀌면서 1000원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MB 정부의 물가안정 노력에도 불구하고 21.6%나 비싸진 ‘구구콘 스타’처럼 식음료 시장에 가격인상이 본격화하고 있다.
설탕과 밀가루 가격이 오르면서 과자, 음료, 주류 등 각종 식음료가 줄줄이 가격표를 바꿔달기 시작했다. 특히 일부 제품은 용량을 바꾸거나 브랜드를 변경하는 방법으로 가격을 변칙인상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식음료 시장에 난무하는 가격인상 백태를 들여다 봤다.
▶원재료가 올라서~…‘어쩔 수 없다형’=원재료 가격인상으로 어쩔 수 없다며 가격을 올리는 스타일이다. 해태제과는 6일부터 3600원 하는 오예스(336g)는 4200원, 1200원짜리 맛동산(85g)은 1400원으로 16.7%씩 인상하는 등 모두 24개 품목을 인상했다. 밀러코리아도 원자재 가격인상을 이유로 맥주 판매가격을 최고 14.8% 올리기로 했다.
동아원의 경우 5일부터 밀가루 출고가를 평균 8.6% 인상했다. 1만5300 하던 20㎏들이 업소용 중력 1등급 밀가루는 1만6620원, 1만6800원 하던 강력1등급은 1만8250원으로 8.6%씩 가격을 올렸다. 국제 원맥가격이 급등해 어쩔 수 없이 가격을 올렸다는 게 동아원측 설명이다.
한국맥도날드 역시 이달부터 4400원짜리 베이컨토마토 디럭스세트를 4700원, 3700원 하던 빅맥세트는 3900원을 받고 있다. 던킨도너츠도 플레인베이글·어니언베이글 가격을 1500원에서 1600원으로 인상했고, CJ제일제당, 삼양사, 대한제당 등 제당 3사도 최근 국제 원당 가격이 올랐다며 설탕값을 10% 가까이 상향조정했다.
▶얼굴 바꾸고 이름 바꾸고…‘슬그머니형’=용량을 줄이거나 상표 디자인 변경하거나 이름을 바꾼 뒤 슬그머니 가격을 올려 받는 케이스다. CJ제일제당은 최근 280㎖ 3200원 하던 ‘CJ 산들애 요리소스’를 리뉴얼 출시하면서 9.4% 오른 3500원을 받기 시작했다. 기존 브랜드 앞에 서산, 의성, 과양 등 산지명을 붙인 뒤 가격을 슬그머니 인상한 것.
동서식품은 1만95000원 하던 맥스웰하우스 블루마운틴(400g) 커피를 200g으로 축소하면서 가격을 1만2400원으로 내렸다. 하지만 실제로는 g당 가격이 27.2%나 크게 올라간 셈이다. 헤이즐럿(400g 1만7800원→200g 1만600원), 모카(400g 1만5300원→200g 8600원) 등도 각 19.1%, 12.4%씩 변칙 인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코카콜라는 조지아 오리지널 캔커피(240㎖, 800원)에 이어 더 오리지널 캔커피(240㎖, 1500원)를 내놨다. 커피의 원두를 바꾼 뒤 제품 값을 배 가까이 올렸다는 게 소비자의 시각이다. GS25도 최근 700원 하던 삼각김밥의 용량을 6g 늘리고 기존 브랜드에 ‘뉴’자를 붙인 뒤 가격을 슬그머니 800원(14.3% 인상)으로 바꿨다.
▶나는 특별한 존재야…‘자신만만형’=프리미엄, 기능성, 유기농, 최첨단, 특수 제조공법 등 소비자를 유혹하는 문구를 총동원하며 처음부터 가격을 비싸게 책정한 경우다. 한국야쿠르트가 최근 일반 기능성 발효유(1100원)보다 400원가량 비싼 ‘R&B밸런스’(과일 혼합맛, 120㎖)를 내놨다. 과민성 대장증상 증후군과 같은 민감한 대장에 효과적인 고기능성 발효유란 게 회사측 설명이다.
일동후디스도 얼마전 750㎖ 1통에 5200원 하는 ‘후디스 유기농 우유’와 3900원짜리 ‘후디스 청정 저온살균우유’(930㎖) 등 값비싼 우유 4종을 무더기 출시했다. 이들 제품은 초유단백이나 비타민D3, 청정원유 등 특별한 기능성 성분과 저온살균과 DT공법과 같은 최첨단 공법으로 만들었다고 했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계속되는 국제 원자재 시세 급등에도 불구하고 가급적 가격인상을 자제했으나 최근 경영난 가중으로 어쩔 수 없이 가격을 올리는 식음료 업체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최근에는 내용량을 줄이거나 브랜드 변경 등 우회적으로 가격을 올리는 사례도 부쩍 많아졌다”고 말했다.
최남주 기자/calltaxi@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