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현대오일뱅크도 6일 휘발유와 경유 가격을 ℓ당 100원 인하해 주유소에 공급하기로 했다. 이로써 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 등 정유 4사가 모두 정부의 가격인하 압박에 무릎을 꿇은 셈이다.
4사는 모두 7일 0시부터 3개월 동안 ℓ당 100원씩 내린다. 당초 신용카드 시스템이 준비된 뒤 인하할 예정이라고 밝힌 GS칼텍스도 7일 0시부터로 입장을 바꿨다.
4사의 인하방식은 4사 성격만큼이나 다르다. GS칼텍스가 먼저 인하를 전격 발표한 SK에너지와 마찬가지로 신용카드 결제액에서 차감하는 사후 정산 방식이며, 에쓰오일과 현대오일뱅크는 주유소 공급가에서 인하한다.
이를 계기로 경쟁사 방식을 흠집내고, 자사 방식의 장점을 부각시키는 홍보전까지 불붙었다. 1분기 실적 호전의 훈풍은 온데간데없다. 흡사 1년여 전 공정거래위원회의 액화석유가스(LPG) 담합 조사 때 리니언시(자진신고)를 한 SK에너지와 3사로 나뉘어 냉랭했던 분위기를 연상시킨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SK에너지가 4일 전격 발표한 ℓ당 100원 할인은 4400여개 자사 주유소에서 주유 시 신용카드 결제액에서 추후 차감하고, 다른 신용카드나 현금 결제 시에는 OK캐시백으로 적립해준다는 내용이다. 지난 2월 서민용 난방유 공급가 인하 때 인하분이 주유소 유통마진에 흡수돼 효과가 크게 나타나지 않은 점을 감안해 최종 소비자가격에서 내렸다.
나름의 고육지책이었지만 경쟁사로선 주유카드 고객을 묶어두려는 마케팅이 우선했다고 보고 있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신용카드로 사후 할인해주면 해당 신용카드 소유자만 혜택을 볼 수 있고, 신용카드 시스템이 준비되는 2~3주가량 기다려야 한다”며 공급가 인하가 최선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신용카드 방식으로는 정유사와 전속계약을 맺지 않은 무폴 주유소가 가격인하 경쟁에 참여할 수 없어 설 자리가 없어진다”며 “이는 무폴 주유소를 장려해 경쟁을 활성화하려는 정부 대책과도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에쓰오일과 현대오일뱅크는 주유소 공급가를 내렸다. 에쓰오일 간판을 단 주유소는 전국에 1900여개, 이 가운데 직영 주유소 150여개점은 즉각 100원을 할인판매한다. 자영주유소 가운데 에쓰오일로부터 직접 제품을 공급받는 곳도 같은 폭의 인하가 예상된다. 이런 주유소는 에쓰오일 폴 전체의 70%가량이다. 나머지 30% 주유소는 100원 가운데 유통마진을 챙길 여지가 있다.
양사가 주유소 공급가 인하 방식을 선택한 데는 신용카드 시스템 등 준비기간에 SK에너지 주유소로의 고객 이동을 우려하는 자사 주유소의 반발, 포인트 마케팅 측면에서 불리한 점 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4사는 2분기 동안 국내 석유사업에서 대규모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는 점에선 같다.
한지숙 기자/jsha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