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 탓에 국선변호인을 선임해줄 것을 법원에 요청하면서 경제적 능력이 없다는 점을 증명하는 자료까지 냈는데도 이를 무시한 채 진행한 재판은 위법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김지형 대법관)는 공포심을 유발하는 문자메시지를 내연녀에게 반복적으로 보낸 혐의(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기소된 이모(54) 씨에게 벌금 12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북부지법 합의부로 돌려보냈다고 7일 밝혔다.
재판부는 “이 씨가 제출한 국민기초생활수급자 증명서 등 소명 자료에 따르면 빈곤으로 인해 변호인을 선임할 수 없다고 인정할 여지가 충분하다”며 “원심이 국선변호인을 선정해 공판에 참여하도록 하지 않고 심리를 진행해 위법하다”고 밝혔다.
이 씨는 2009년 인터넷 동호회에서 만나 두 차례 성관계를 한 여성에게 그 사실을 가족과 지인 등에게 알리겠다는 내용 등의 문자메시지를 네 차례 보낸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벌금 120만원이 선고됐다.
홍성원 기자/hongi@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