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G건설 사태를 계기로 시중은행들의 대출 관행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이를 바로 잡기 위한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대출 문제는 어디까지나 은행 스스로 판단할 일이기에 개입할 여지가 없다는 기존의 입장을 뒤집고, 대출 관행의 근본적 문제 해결에 나선 것이다. 부실 자회사 꼬리자르기식의 대기업 모럴헤저드가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지만 금융회사들이 여신심사 시스템을 바로잡기 보다는 기업여신을 줄여버리는 식의 안이한 대처로 일관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시중은행의 기업 여신심사 실무자들과 함께 은행권에 만연한 잘못된 기업대출관행 개선을 위한 논의에 착수했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은행의 기업 대출 관행이 지닌 문제점을 공유하고 이를 바로 잡는 작업을 시작했다”며 “올바른 여신심사 기준을 은행권과 공동으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금융당국이 직접 은행여신심사 시스템 개선에 나선 것은 은행들의 기업 여신이 원칙 보다는 관행적으로 집행돼 문제를 키웠다는 인식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그간 진흥기업과 LIG건설 등 대기업그룹의 자회사들이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해 시중은행에 피해를 낳는 동안에도 직접 개입을 꺼려왔다.
실제로 일부 은행들은 부실 계열사를 외면하는 대기업의 다른 계열사에 대해서 징벌적 성격의 제재를 진행하고 있다. 다른 계열사에 신규 대출을 해주지 않거나 만기 대출을 조기에 회수하는 식의 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당초 모기업의 후광만을 고려해 자회사의 재무상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대출을 집행했던 관행과는 전혀 딴판의 영업 행태를 각 은행들이 나타내고 있어 다른 우량 계열사도 피해를 볼 가능성 또한 높다.
이에 금융당국은 주채무계열에 대한 신용평가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채권은행들이 대기업 및 계열사들에 대한 제대로 된 재무평가를 하기 위해서도 기준이 필요하다는 데 은행권과 의견을 모았다. 금융당국은 조만간 은행권과 공동으로 대출관행을 개선을 위한 TF 구성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금융당국은 각 채권은행이 기업 단독 심사를 강화하고 해당 대출 기업의 모기업 지원 여부를 심사과정에서 감안하지 않는 등 기존의 잘못된 대출 관행을 바로잡는 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다.
한 시중은행 여신담당 실무자는 “주채무계열과의 거래 관계 등을 고려해 자회사 여신이 불합리적으로 이뤄진 부분이 컸다”며 “은행권이 대기업 여심심사에 대한 공통의 기준을 마련해 대처한다면 부조리한 관행도 개선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박정민 기자@wboh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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