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전 7시 30분께 서울 종로구의 풍문여고 정문 앞에는 학생들을 등교시키는 학부모들의 차량이 줄을 이었다. 일부 학부모들은 딸이 차에서 내려 우산을 펴기 전에 맞은 비에 놀라 휴지로 머리를 닦아주며 “교실 들어가면 옷에 묻은 빗물도 닦아야돼”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고교 1학년에 재학 중인 딸을 배웅하고 출근하는 길이라는 회사원 박모(50)씨는 “오늘은 방사능 비가 온다고 해서 일부러 평소 출근시간보다 일찍 나와 딸을 데려다주고 가는 길”이라며 불안한 듯 연신 딸의 뒷모습을 돌아봤다. 안국역 사거리께 버스정류장에서 내린 풍문여고 2학년 정모(18)양은 우산을 받쳐든 것도 모자라 힙합 가수처럼 점퍼에 달린 모자를 쓰고 마스크까지 착용했다. 정양은 “마스크 쓰는게 답답해서 싫지만 방사능 비가 내린다는 뉴스를 보고 불안해서 엄마가 어제 사다준 마스크를 쓰고 왔다. 같이 온 친구가 내 마스크를 보고 부러워하더라”고 말했다.
이날 출근 행렬이 한창인 오전 7시~8시께에는 약한 빗방울에도 불구하고 직장인들이 일제히 우산을 챙겨들고 걸음을 재촉했다. 안국역 1번 출구에서 택시를 기다리던 직장인 안정민(32)씨는 평소 지하철역에서 직장까지 5분 정도의 거리를 걸어갔지만 방사능 비 소식에 불안해 걷기를 포기했다. 안씨는 “바람이 많이 불어서 빗물이 자꾸 우산 안으로 들어와 신경이 쓰인다”며 불안한 눈길로 택시를 찾아 두리번 거렸다. 직장인들을 상대로 토스트나 팥죽을 파는 노점상들도 눈에 띄게 줄었다. 안국역 1번출구 앞에서 매일 아침 단팥죽을 판매하던 트럭 노점은 이날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방사능 비의 위엄(?)이 생계보다 안전을 택하게 한 것이다.
방사능 비에 대한 시민들의 불안은 트위터 등 SNS로까지 이어졌다. 트위터 사용자들은 “방사능 비 조심하세요”, “아직 출근 안하신 분들 우산 꼭 챙기세요”라는 말을 출근 인사처럼 주고 받으며 주의를 당부했다. 일각에서는 비가 온 후 8일께 황사가 불 것이라는 기상청 예보를 챙기며 ‘황사능(황사+방사능) 비’, ‘방사능 비요일’, ‘방사능 모닝’ 이라는 신조어를 쓰기도 했다.
한켠에서는 시민들의 불안 심리를 타고 사재기와 근거없는 상술이 판치고 있다. 다시마나 미역 등 해조류에 포함된 요오드가 체내에 충분히 축적되면 방사성 요오드를 흡입해도 체내에 흡수되지 않는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다이어트 식품이었던 미역국수까지 ‘방사능 예방 식품’인양 둔갑해 팔리고 있다. 우산과 우비, 유모차 비닐커버, 고무장화 등 비를 피하는 일반적인 용품들도 며칠 새 “방사성 낙진을 피할 수 있다”는 문구를 붙여 판매에 나섰다. 천일염에 요오드가 많이 함유됐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중국에서부터 시작한 소금 사재기가 국내로 번지기도 했다. 4일 대상에 따르면 지난달 천일염 판매량이 지난해 3월보다 130% 늘었고, CJ제일제당의 지난달 소금 판매량도 지난해 3월보다 2배 가까이 증가했다.
반면 수산물은 일본 정부의 방사능 오염수 방출 소식과 더불어 수요가 뚝 끊겼다. 이마트 자양점의 경우 다시마와 미역 등 해조류의 지난달 판매량이 지난해 3월 대비 30~40% 늘었지만 고객들이 생선을 꺼려 수산물 전체의 매출은 1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현정ㆍ박수진 기자@boounglove>
kate01@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