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투자·삼성증권…
태평로 등 강북점포 확대
펀드대량 환매 대안으로
10억 이상 금융 VVIP공략
수수료 높은 랩판매 고수익도
증권업계의 우량고객(VIP), 초고액자산가(VVIP) ‘모시기’ 경쟁이 ‘본 라운드’에 오르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증권사 6곳(삼성ㆍ우리투자ㆍ미래에셋ㆍ대우ㆍ현대ㆍ신한금융투자)의 지난해 말 현재 금융자산 1억원 이상 고객은 총 29만명에 달한다.
삼성증권은 지난해 말 금융자산 1억원 이상 개인 고객 수가 7만5000명에서 3월 말 기준 8만2000명으로 늘었다. 이들의 보유 자산 규모는 총 57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삼성증권의 10억원 이상 고액 자산가 고객은 3월 말 현재 5600명이다.
우리투자증권도 1억원 이상 개인 고객이 지난해 말 5만5000명에서 3월 말 5만8000명으로 증가했다.
업체들의 점포 경쟁은 점입가경이다. 그간 ‘강남 대전’을 벌여온 대형사들이 경쟁하듯 강북 골수 부자들로 마케팅의 보폭을 넓히고 있다. 우리투자증권은 강북 지역에 고액 자산가들이 주고객인 프리미어 블루센터 2호점 신설을 위한 계약이 임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회사 고위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광화문에 위치한 외국계 지점의 직원과 고객 등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지점 개설을 추진 중이며, 딜 규모는 최소 1000억원 이상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얼마 전 삼성증권은 태평로 서울 파이낸스센터 빌딩 20층에 프라이빗뱅킹(PB) 지점을 냈고, 미래에셋도 을지로에 ‘WM 센터원’을 열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달 말 ‘V 프리빌리지 강남센터’ 1호점을 기점으로 강북, 부산 등으로 점포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남과 부산 센텀시티에 2개의 PB 지점을 갖춘 대우증권 역시 향후 강북 지점을 포함해 총 8개의 지점 개설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금융투자업계가 이처럼 VIP 마케팅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이렇다.
우선 금융위기와 인플레이션, 전셋값 고공행진 등에 따른 중산층 가계의 여유자금 감소와 펀드 대량 환매 행렬로 기존 ‘매스(mass) 마케팅’이 위기에 봉착했기 때문이다.
반면 금융 자산과 실물 자산의 가격 상승으로 고액 자산가의 부의 규모는 가파른 성장세다. 메릴린치-캡 제미니 공동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09년 말 기준 금융자산 국내 약 10억원 이상 고액 자산가는 약 12만명. 이들의 보유 자산은 270조원으로 전체 개인 금융자산 2100조원의 10%가 넘는 규모다.
여기에 초저금리와 부동산 가격 하락 등으로 랩어카운트를 중심으로 부유층의 위험자산 선호도는 높아지고 있다. 랩의 수수료율은 분기 기준 2~3%로 연 1.5~2%인 공모 펀드에 비해 비싸다. 증권사로서는 랩 판매로 훨씬 짭짤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셈이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랩 실적이 증가하면서 증권사 자산관리 수익은 급증하고 있다”며 “삼성증권의 경우 랩 관련 수익이 내년에 2010억원까지 늘어 전체 자산관리 수익의 63%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아울러 고액 자산가 자산관리 부문의 성장은 채권, 파생상품, 구조화상품 등 투자은행(IB)을 비롯해 다른 부문의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점도 증권사들이 기대하는 부분이다.
김영화 기자/bettyki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