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현안 시급하다며
회의 매주 열겠다더니
또 기존 대책만 재탕·삼탕
유가대책도 어정쩡
업계·소비자 반응 시큰둥
의미없는 행보 언제까지…
지난달 28일 이명박 대통령은 “격주로 열리는 국민경제대책회의를 매주 개최하자”고 제안했다. “대외 경제가 어렵고 물가 안정 등 시급한 국정 현안이 많다”는 이유였다. 대통령의 제안이니, 지시와 다를 게 없다.
그리고 7일 회의가 열렸다. 먹을거리 물가를 잡기 위한 ‘농축수산물 가격 안정 대책 및 해외 곡물자원 개발 확보 전략’이 주제였다.
대통령은 아침 일찍부터 서울 양재동 농협 하나로마트를 방문해 회의를 주재했다. 대통령이 등장하는 상징성은 적지 않았다. 하지만 정작 나온 대책은 심심하기 그지없다.
가격 안정 대책도, 해외 곡물자원 개발도 새로울 게 전혀 없다. 기존의 할당관세량을 더 늘리거나 품목별로 “○월부터 안정될 것”이란 희망 사항만 가득하다.
굳이 새로운 걸 찾자면 계란 생산 기반 확충을 위해 ‘병아리 100만수를 무관세’로 들여오고 제과용 ‘계란 분말 300t을 할당관세로 수입’하기로 한 것 정도다.
이 정도 대책으로 물가가 잡히리라고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정부가 3개월 이상 공들인 ‘유가TF’의 결과에 업계나 소비자 모두가 실망한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다. 정부가 강한 의지를 보였던 만큼 눈에 띄는 대책이 나오길 기대했지만 이도 저도 아닌 대책만 나열됐기 때문이다. 대책이 나온 다음날 전국의 기름값은 고작 몇원, 몇십원 떨어졌을 뿐이다.
물론 물가파동이 정부 탓만은 아니다. 기상 이변과 국제적인 생산량 부족, 중동 정세의 급변 등 불가항력적인 면이 있다. ‘표만 의식해’ 기형적인 유통구조를 수십년간 묻어둔 역대 정부들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 “물가 잡으려다 사람 잡겠다” 싶을 정도로 연일 강행군하고 있는 담당 공무원들의 노고도 안다.
하지만 정부가 정말 물가를 잡겠다면 더 강력하고 획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없던 회의를 만들고 또 자주 하고 대통령과 장관의 “물가를 잡겠다”,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사인만으로 진정되기에는 지금 물가를 둘러싼 상황이 너무나 복잡하다.
대통령이 청와대를 떠나 현장에서 주재한 회의의 결과가 ‘병아리 100만수’ 정도여서는 곤란하다. 물가를 잡는 데에 현장을 뛰어다니는 농업적 근면성은 필요조건일 수는 있겠지만 충분조건은 되지 못한다.
홍승완 기자/swan@heraldcorp.com